대전시는 15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지역 창업 생태계 대토론회'가 열린 데 이어, 같은 날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주재로 '대전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와 주무부처 장관이 같은 날 대전의 창업 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대전시의 설명이다. 시는 대전이 비수도권을 대표하는 창업도시로서 역량과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 총리 주재 대토론회…딥테크 창업 주체들이 발제·토론
오후 3시 열린 대토론회에는 이소영 장관과 허태정 시장을 비롯해 창업기업, 투자사,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창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이어 총리가 지역 현장을 찾아 주재한 자리다.
창업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전의 딥테크 창업 주체들이 발제와 토론을 맡았다.
배현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원장의 진행으로 2개 세션이 이어졌고, 총리와 장관도 발제와 패널 토론에 함께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이후 현장 참석자들이 사전에 제출한 질의를 바탕으로 청중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 '창업을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으로 대전의 우주 분야 상장기업을 이끄는 이성희 컨텍 대표가 기술창업이 지역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제언을 발제했다.
이어 강신형 충남대 교수, 장지영 라이징에스벤처스 대표, 김서균 ETRI 기업성장지원부장, 오주헌 미라클스 대표가 지역·대학·산업 협력형 생태계, 지역 투자 생태계의 선순환, 출연연 연구성과 기반 지역혁신체계 강화, 연구개발과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의 지방 이전을 놓고 의견을 냈다.
두 번째 세션 '청년이 지역에서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으려면'에서는 천홍석 트위니 대표가 청년 기술인재의 창업환경 조성 방안을 발제하며, KAIST·출연연·대전시·공공기관을 활용해 대전 자체를 딥테크 테스트베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현웅 한국오라클 본부장, 최명재 KAIST 교수, 김경완 한국수자원공사 차장, 권진욱 ETRI 선임기술원, 김선경 한국과학기술지주 팀장,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는 청년 창업기업의 시장 진입 기반, 대학 기술인재의 창업·투자 연계, 공공기관 실증 인프라 개방, 연구기관과의 기술협력, 지역 딥테크 투자 생태계, 사회문제 해결형 창업 환경을 주제로 토론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창업은 지역이 스스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며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에서도 충분히 도전하고 창업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지역마다 가진 강점을 살려 창업기업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그 성장이 다시 지역의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는 지역 창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허 시장 답변: 실증 장소·공공 판로, 청년 정주
청중 질의응답에서 허태정 시장은 실증 장소와 판로 지원 질의에 "공공수요 기반 문제 해결형 실증지원사업으로 시와 산하기관 현장을 실증 장소로 열고, 조달청과의 업무협약으로 실증을 마친 제품이 공공판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청년 창업인의 정주여건에 대해서는 "직원이 살 곳이 있어야 기업도 지역에 남는다"며 "스타트업파크 입주기업 종사자 임대료 지원에 더해, 궁동 청년매입임대주택 30호를 청년 창업자와 종사자에게 별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스타트업파크 입주기업 종사자에게 월 최대 20만 원의 임대료를 지원하고 있다.
궁동 청년매입임대주택은 시세의 50% 수준으로,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오후 5시 30분 현장 간담회…”비수도권 대표 창업도시"
오후 5시 30분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전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현장 간담회는 창업도시 조성 방향을 공유하고 대전시, KAIST, 창업자 등 지역 혁신주체와 창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소영 장관과 허태정 시장, 배현민 KAIST 창업원장, 박대희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창업기업 대표와 예비창업자 등 17명이 참석했다.
대전시가 창업도시 추진경과와 향후 계획을 보고한 뒤 참석자들이 창업 현장의 건의와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다.
이소영 장관은 "창업도시는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재, 자금, 투자, 인프라 등을 연결해 도시 전체의 창업생태계를 재편하는 프로젝트"라며 "대전은 비수도권을 대표하는 창업도시"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모두의 창업' 2기에 9.3만 명이 신청해 1기를 크게 웃돌았다며 창업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대전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수준의 딥테크 창업도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아울러 "중기부도 꾸준히 현장과 소통하며 지역의 창업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높여 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허태정 시장은 "대전을 연구도시를 넘어 기술 창업도시, 기업이 성장하는 도시로 만들어 가겠다"며 "오늘 창업가 여러분의 현장 목소리를 프로젝트에 담아 대전 창업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실증 환경, 첫 구매, 학생 창업 기회에 대한 말씀을 무겁게 들었다"며 "대전이 대한민국 대표 딥테크 창업거점이 되도록 장관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창업도시 선정 반년…75개사·24개 프로그램, 펀드 두 개
대전시는 올해 4월 창업도시로 선정된 뒤 대학·연구기관 등 22개 기관이 참여하는 추진단을 꾸려 24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창업기업 75개사 선정을 마쳤다. 2,048억 원 규모의 D-도약펀드와 543억 원 규모의 D-성장펀드로 창업 초기부터 스케일업까지 이어지는 투자 기반도 갖췄다.
대전은 올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기관 스타트업블링크 평가에서 세계 296위, 국내 2위를 기록했다.
시는 이날 두 행사에서 제기된 현장 의견 가운데 시 소관 과제는 창업정책에 반영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총리실,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기자 코멘트]
총리와 장관이 같은 날 대전을 찾았다는 사실은 정치적·정책적 신호로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례적'이라는 평가는 대전시의 자평이다. 이날 정부 쪽에서 나온 메시지는 "지역 창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원칙적 표현이 중심이고, 구체적인 예산이나 신규 지원책은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대전시가 총리실·중기부와 협의하겠다는 '제도 개선 사항'이 무엇인지, 언제까지 결론을 낼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이 내놓은 약속은 숫자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궁동 청년매입임대 30호는 시세의 50%, 최장 10년이라는 조건이 매력적이지만, 창업기업 75개사 규모에 견주면 공급이 충분한지 알기 어렵다.
입주 시기와 선정 기준도 나오지 않았다.
월 최대 20만 원의 종사자 임대료 지원이 수도권의 높은 처우와 경쟁할 만한 수준인지도 별개의 문제다.
조달청과의 업무협약은 "공공판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표현만 있어 체결 여부와 시기, 실증사업 예산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대전의 성과 지표에는 비교 기준이 필요하다.
스타트업블링크 세계 296위·국내 2위는 한 해의 순위일 뿐 전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국내 1위와 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설명이 없다.
본지가 앞서 관광발전지수나 온통대전 2.0, 천안 반도체 수출에서 짚은 기저효과·비교기준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D-도약펀드(2,048억 원)와 D-성장펀드(543억 원)는 기자 환산으로 합계 2,591억 원이지만 '규모'가 조성 약정액인지 실제 투자 집행액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이소영 장관이 언급한 '모두의 창업' 2기 9.3만 명 신청도 전국 단위 신청자 수로 보이며, 1기 수치와 대전 몫은 공개되지 않았다.
신청 규모가 곧 창업 성과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토론에서 거론된 기업의 지방 이전과 청년 정주는 지방소멸 대응의 연장선에 있는 과제다.
연구개발 인력은 대전에 몰려 있지만, 창업기업이 성장 단계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연구도시'에서 '창업도시'로의 전환은 반쪽에 그친다.
딥테크 창업은 출연연 기술이전과 맞물리는 만큼 기술유출·표준 확보 같은 관리 체계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충청권 차원에서는 세종·충남과의 창업 생태계 연계와 대전·충남 통합 논의와의 접점이 후속 취재 대상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