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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Plus ‘시간추적자 설록’이 권력과 영광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충신’의 의미를 되짚으며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29일 밤 10시 30분 방송된 12회는 ‘왕과 사는 남자’를 주제로, 역사에 남은 충신들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프랑스 역사 전문가 임승휘 교수와 러시아 역사 전문가 류한수 교수가 각각 프랑스와 러시아 황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냈고, 전직 특전사이자 대통령 경호원 출신인 최영재가 함께 출연해 ‘곁을 지키는 사람’의 의미를 더했다.
먼저 임승휘 교수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잡힌 뒤, 황후 외제니가 파리 시민들의 분노를 피해 탈출했던 과정을 전했다. 황궁을 빠져나온 외제니를 위해 평범한 옷을 마련하고 탈출을 도운 낭독관 마담 르브르통부터,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걸고 황후의 도피를 도운 미국인 치과의사 주치의 토머스 에번스까지, 뜻밖의 조력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MC들은 긴장과 놀라움을 오가며 이야기에 몰입했다.
이어 류한수 교수가 전한 러시아 황실의 이야기는 한층 더 비극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혁명을 거치며 몰락해가는 러시아 마지막 황실의 상황과 함께, 황실 가족을 둘러싼 배신과 모욕이 이어진 사실이 소개되자 장항준은 “그야말로 인격 살인”이라며 분노했고, 봉태규는 “진짜 나쁘다”, 신아영은 “권력이 진짜 치사하고 무섭다”며 탄식했다.
그 가운데 끝까지 황실 가족의 곁을 지킨 인물이 있었다. 황실 주치의였던 예브게니 보트킨은 이들을 떠나면 자유롭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두고 떠나지 않았다. 그는 황실 가족과 함께 머물며 어린 황태자 알렉세이의 병을 돌보는 것은 물론, 경비병들과 협상하며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힘썼고,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보트킨의 선택을 들은 봉태규는 “나는 흔들렸을 것 같다”고 솔직히 털어놓았고, 장항준은 “이건 가족도 하기 힘든 일”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러시아 황실 가족은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명령을 듣고 지하실에 모였다가 다 함께 처형을 맞았고, 300년 넘게 이어진 로마노프 왕조도 막을 내렸다. 권력도 영광도 모두 사라진 순간 끝까지 곁을 지킨 보트킨의 선택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 이유였다.
이번 12회는 ‘충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간추적자 설록’의 마지막 책장을 장식했다. 류한수 교수는 “충신이라는 것은 권력도 영광도 모두 사라진 뒤에 비로소 증명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최영재는 충성이 단순히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신념을 지키는 것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임승휘 교수 역시 “역사책에는 유명한 사람의 이름만 나오지만, 그 곁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충신의 의미를 짚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지난 7월 첫 방송을 시작한 ‘시간추적자 설록’은 역사적 기록 속에 가려진 빈칸을 찾아내고, 한 줄의 기록 뒤에 숨은 이야기를 MC들의 입담과 전문가들의 해설로 풀어내며 매회 새로운 역사적 시선을 제시해왔다.
국제 사회 최대의 화두였던 미국과 이란 전쟁의 이면을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되짚어 보는 것부터, 각 나라의 미식, 스캔들, 전쟁, 사기극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소재들을 소개하며 ‘역사는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뜨려왔다. 12회에 걸쳐 장항준의 위트, 봉태규의 공감력, 신아영의 진행력, 썬킴의 해박한 지식이 빚어낸 케미는 웃다 보면 역사 지식이 쌓이는 역사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항준은 마지막으로 “‘시간추적자 설록’의 책장을 잠시 덮지만,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아직 많다. 언젠가 또 다른 기록의 첫 페이지를 여러분과 함께 펼칠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며 시청자에게 인사를 전했다.
[기자 코멘트]
역사 예능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은 흥미 위주의 일화 나열에 그치거나, 반대로 교양 강의처럼 딱딱해지는 것인데, ‘시간추적자 설록’은 12회 동안 이 균형을 비교적 잘 잡아온 프로그램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마지막 화에서 다룬 ‘충신’이라는 주제는 단순한 역사적 흥밋거리를 넘어, 권력이 사라진 뒤에야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이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브게니 보트킨처럼 떠날 수 있었음에도 남았던 인물의 서사는, 화려한 권력자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이름 없는 조력자들에게 조명을 비췄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시즌제 형식의 역사 예능이 종영 후 재개까지 공백기가 길어질 경우 화제성과 시청 습관이 끊길 위험이 있는 만큼, 장항준의 언급대로 후속 시즌이 실제로 성사될지, 그리고 어떤 소재로 시청자와 다시 만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역사 예능이라는 장르 자체가 국내 방송 시장에서 아직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이 프로그램의 재개 여부는 유사 장르 콘텐츠의 향방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사진 제공 : SBS Plus ‘시간추적자 설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