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안내(정보그림=질병관리청)  ©

 

질병관리청이 인플루엔자 발생이 예년보다 높은 수준으로 늘어남에 따라 9월 11일 0시부터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청은 지난 8일 의료계 전문가 및 관계부처와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대책반 제9차 회의'를 열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발생 현황 및 대응 상황을 점검한 뒤, 11일 0시를 기준으로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 의사환자 3.8배, 입원환자 13배 급증… 학령기·영유아서 두드러져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전년 동기보다 약 3.8배, 입원환자는 약 1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8℃ 이상 발열과 함께 기침이나 인후통을 보이는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2026~2027절기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인 '의사환자 분율 12.9명 초과, 바이러스 검출률 5% 이상'을 모두 충족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표본감시 결과 36주차(8월 30일~9월 5일)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유행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4주간 추이를 보면 33주차 7.5명, 34주차 9.2명, 35주차 13.3명, 36주차 25.3명으로 매주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연령별로는 7~12세가 75.1명으로 가장 높았고, 1~6세 49.8명, 13~18세 31.3명 순으로 학령기와 영유아층에서 특히 발생이 두드러졌다.

입원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병원급 표본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입원환자는 36주차 300명으로 전주(166명)보다 약 2배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어르신이 60.0%를 차지해 고위험군의 입원 부담이 컸다. 바이러스 검출률 역시 33주차 5.4%에서 36주차 16.3%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현재 주로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A형(H1N1)pdm09로, 이번 절기 백신주와 유사하며 치료제 내성에 영향을 주는 변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행주의보 발령 기간에는 소아, 임신부와 출산 2주 이내 산모, 65세 이상 어르신, 면역저하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의사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을 경우 검사 없이도 요양급여가 적용된다.

◆ 코로나19도 8월 이후 증가세… 65세 이상 입원 비중 65%

코로나19 역시 동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36주차 코로나19 입원환자는 193명으로 전년 동기(433명)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8월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이다. 입원환자의 65.3%는 65세 이상 어르신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도 36주차 16.3%로 전주(11.7%)보다 올랐고, 하수 내 바이러스 농도 또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 예방접종 9월 21일부터 순차 시행… 표본감시망도 대폭 확대

질병관리청은 9월 21일부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대상자별로 순차 시행할 예정이다. 유행 상황과 백신 공급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역저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 등 집중 보호 대상자의 접종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령층이 생활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연령별 접종 일정과 관계없이 지역사회 유행 상황에 따라 백신이 공급되는 시점부터 곧바로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

이번 절기부터는 의원급 인플루엔자 표본감시기관을 기존 300개에서 800개로 대폭 확대한다. 이에 따라 인구 10만 명당 표본감시기관은 0.6개소에서 1.6개소로 늘고, 표본감시기관이 지정된 시·군·구 비율도 56.3%(142곳)에서 91.3%(230곳)로 높아진다. 질병청은 이를 통해 인플루엔자 유행을 더욱 민감하게 파악하고 시·도 단위의 지역별 유행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열진통제 등 의약품 수급과 코로나19 치료제 유통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교육부는 각 가정과 학생에게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을 안내하는 한편 시·도교육청 협의회 등을 통해 학교 감염병 대응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국민들에게 손 씻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 가리기,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며, 65세 이상 어르신과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절기에도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 발생 현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의사환자 분율이 최근 4주 사이 7.5명에서 25.3명으로, 불과 한 달 만에 세 배 넘게 뛰어올랐다는 증가 속도 자체다. 절대적인 수치보다 이 가파른 증가 곡선이 시사하는 바가 더 큰데, 학기 초 등교와 함께 학령기 아동을 중심으로 확산이 빨라졌다는 정황과 맞물려 있어 학교와 어린이집 현장의 초기 대응 속도가 향후 유행 정점의 규모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교육부가 예방수칙 안내와 대응체계 점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마스크 착용이나 등교 중지 기준처럼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현장 지침이 신속히 마련되는지가 관건이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동시에 증가하는 '트윈데믹'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두 감염병 모두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입원 비중이 60%를 웃돌고 있어, 요양병원·요양시설처럼 고위험군이 밀집한 시설에서의 방역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질병청이 요양병원·시설에 대해 연령별 접종 일정과 무관하게 백신 공급 즉시 접종을 허용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백신이 얼마나 신속하게 배분되고 접종률이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는 지켜볼 문제다.

한편 표본감시기관을 300개에서 800개로 늘려 지역별 유행 정보를 세밀하게 파악하겠다는 계획은 감시망의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감시기관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의사환자 분율 수치는 이전 절기와 단순 비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안내될 필요가 있다. 표본 수가 늘면 이전에는 포착하지 못했던 소규모 유행까지 통계에 잡히면서 수치 자체가 커 보이는 착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청이 절기별 비교 시 이런 감시체계 변화를 어떻게 보정해 설명할지도 앞으로 살펴볼 대목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