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2차) 추진방향(자료=관계부처 합동)  ©

 

정부가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이끌기 위해 녹색전환, 이차전지, 첨단센서 등 7조 9,000억 원 규모의 첨단산업 분야 현장대기 프로젝트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신속·조기 이행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1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처음으로 주재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2차)’을 발표했다. 기업의 투자와 혁신이 성장동력 확충과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되살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과 함께 경제 대도약과 ‘대체불가 대한민국’ 구현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지난 8월 13일 기업 수요가 있는 현장대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1차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녹색산업·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현장 애로 해소와 첨단·신산업 규제 합리화에 초점을 맞춰 2차 대책을 마련했다.

 

◆ 현장대기 프로젝트 신속 가동…울산 전기차 공장부터 무안 국가산단까지

 

가장 규모가 큰 사례는 H사의 울산 공장이다. H사는 전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울산의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자율주행 전기차 중심 공장으로 전면 재건축하려 하지만, 인·허가와 각종 영향평가에 3년 이상 걸릴 우려가 있다. 정부는 울산시와 H사의 MOU 체결 등 패스트트랙 지원으로 이 기간을 1년 이내로 줄여 약 4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뒷받침하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원스톱 지원을 전담할 PM을 지정한다.

 

청정수소 분야에서는 지난해 발전시장 경쟁입찰 공고가 취소되면서 기업들이 생산·발전설비 투자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을 이달 중 개설하고,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기여도 배점을 키우는 등 평가체계를 개선해 대기 수요를 해소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약 3조 원 규모의 투자 이행을 지원하며, 규모는 사업자 선정 후 확정된다.

 

부생복합발전 시설에 친환경·고효율 LNG 혼입 신기술을 도입하는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에 1기당 3개월 이상 걸려 지연 우려가 있었다. 정부는 환경보전방안검토서 컨설팅 등으로 협의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여 697억 원 규모의 연료비용을 절감하고 투자재원 확보 시점을 앞당긴다.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후속 조치로 무안 국가산단 후보지가 지정돼 있는 만큼, 국가산단 신속 지정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인·허가와 각종 영향평가 절차를 1년 이상 단축하고 7,615억 원 규모의 투자 조기 이행을 지원한다. 이차전지 관련 위험물 안전관리 특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까지 확대해 702억 원의 신규 투자를 촉진하고,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수중음향센서(소나) 전문기업 I사에는 바이오 융합 산업기술단지 입주를 지원해 제조시설 증설에 따른 4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돕는다.

 

◆ 반도체·에너지 규제 합리화로 투자 걸림돌 정비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동안 분리발주가 의무였던 전기·통신공사를 반도체 팹(Fab) 설치에 한해 통합발주할 수 있도록 허용해 팹 증설 속도를 높인다. 반도체 제조용 실린더를 방호하는 설비인 실린더캐비닛은 일부씩 설치할 때마다 기술검토와 변경허가 절차를 거쳐야 해 생산 장비 사용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다수를 설치할 때 이를 일괄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을 계속 영위하는 특수성과 주민참여형 규모(1MW 수준)를 고려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을 합리화한다. 건물 내에서 탄화수소를 고온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추출하는 단독개질기는 적절한 안전장치를 전제로 시범 설치를 허용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 신속 지정을 추진한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은 운영비 조정 사유에 주간 근로시간 제도 변경에 따른 인건비 변동 등을 명시해 민간투자 활성화를 뒷받침한다.

 

◆ 차세대 전력반도체·로봇 R&D 신설

 

신산업 분야 기술개발 지원도 확대된다. 차세대 전력반도체는 대구경 웨이퍼(8인치 이상) 공정장비의 핵심기술 확보와 실증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하는 재정사업을 신설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수적인 고에너지·경량화 이차전지를 확보하기 위해 상용 배터리 성능 극대화와 차세대 배터리 R&D도 지원하고, 액추에이터·센서·로봇손 등 로봇 3대 취약부품을 집중 개발하는 전용 R&D를 새로 만든다.

 

주환욱 재경부 정책조정관은 “이번 대책의 이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해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신산업 분야 등을 중심으로 3차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현장대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번 대책의 키워드는 속도다. 울산 전기차 공장 인·허가 3년→1년,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 3개월→1개월처럼 숫자로 보이는 단축 효과는 분명하지만, 이는 곧 인·허가와 영향평가 단계의 검증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경과 안전을 확인하는 절차가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어떻게 설계되는지는 이번 자료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건물 내 수소 단독개질기 시범 설치처럼 안전이 핵심인 사안은 ‘규제샌드박스 신속 지정’과 ‘적절한 안전장치’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H사, I사처럼 특정 기업이 사례로 등장하는 점도 형평성 측면에서 해명이 필요한 부분으로, 같은 처지의 다른 기업에도 동일한 패스트트랙이 열려 있는지 확인이 요구된다.

 

7조 9,000억 원이라는 숫자 해석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항목별 금액을 단순 합산하면 울산 4조 원과 청정수소 3조 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청정수소의 3조 원은 사업자 선정 후 확정되는 금액이고 입찰시장은 지난해 공고가 한 차례 취소된 이력이 있어 이달 중 개설 일정이 지켜질지가 시험대다.

 

697억 원은 투자가 아니라 연료비 절감 효과라는 점도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정부가 지난 8월 1차 방안에 이어 이번 2차, 그리고 3차까지 예고했지만 1차 대책의 실제 투자 이행률은 공개되지 않아, ‘발표는 늘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이행 점검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필수다.

 

반도체 팹 통합발주 허용은 앞서 본지가 보도한 아산시 투자유치 설명회처럼 충남 서북부 반도체 투자 확대와도 맞닿아 있어 지역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이차전지 의존도를 완화하려는 로봇·전력반도체 R&D 신설이 어느 정도의 예산으로 뒷받침될지도 후속 확인 대상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