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후 달라지는 국민의 삶(정보그림=보건복지부)  ©

 

혼자 있는 시간에도 AI가 건강과 안전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추천해 신청까지 이어주는 체계가 단계적으로 마련된다.

 

보건복지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복지·돌봄 AI 대전환 로드맵’을 보고했다. AI를 활용해 돌봄 서비스와 복지행정 전반을 혁신하고 지속 가능한 복지·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이다. 로드맵은 ‘든든한 돌봄, 따뜻한 복지, 함께 누리는 AI’를 목표로 첨단기술 기반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 구축, AI 기반 복지행정 혁신, 사람 중심 AI 활용 기반 구축 등 3대 전략을 추진한다.

 

◆ 집과 시설에서 이어지는 ‘생활밀착형’ AI 돌봄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도록, 재가 돌봄에 AI 기기와 장비를 결합한 ‘스마트 홈’을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거나 응급호출이 있을 때처럼 개별 정보로 위기를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AI가 생활패턴과 건강상태, 대화 내용 등을 종합 분석해 평소와 다른 이상징후를 일찍 감지하고 필요한 서비스로 연계한다.

 

시설에는 ‘스마트 시설’ 모델을 마련한다. 스마트 기저귀와 낙상·움직임 감지센서 등으로 종사자가 한곳에서 이용자의 상태를 살피고 이상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야간에 종사자가 2시간마다 직접 순회하던 업무가 줄어 이용자의 대기 불편이 덜해지고, 종사자는 대면 돌봄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스마트 홈과 시설 모델을 개발해 시범사업으로 성과를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확산한다. 재가 돌봄은 노인에서 장애인으로, 가정에서 복지관·주간보호센터 등 지역사회로 범위를 넓히고, 시설은 인구감소지역 국공립 장기요양시설부터 시작해 민간시설로 확산하며 장애인 거주시설 등 유형별 모델도 마련한다. 장기적으로는 말동무·안전감지·건강관리를 돕는 ‘가정용 자율추종 로봇’과 피지컬 AI 기반 ‘돌봄로봇’의 활용도 추진한다.

 

◆ 돌봄기술 개발부터 현장 확산까지

 

복지부와 과기정통부는 2027년부터 AI·사물인터넷(IoT) 기반 돌봄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2028년부터는 피지컬 AI와 로봇 분야로 연구개발 범위를 넓힌다. 스마트 홈·시설에서 쌓인 현장 데이터를 기술 개발과 실증에 쓰고, 개발된 기술을 다시 현장에서 검증하는 구조를 만든다. 효과가 확인된 기술은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품목 확대와 신속 등재, 시설 수가, 이용권(바우처) 등 제도와 연계해 확산하며, 유망 기술의 조기 사업화를 위한 범부처 지원체계도 마련한다.

 

◆ 복지서비스 추천·신청과 위기가구 발굴에 AI 활용

 

2027년부터는 국민이 일상적인 말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알맞은 복지서비스를 추천한다. 이후 ‘원클릭’으로 신청까지 이어지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아동수당 등 보편급여는 자동지급을 우선 추진한다. 위기가구 발굴에는 AI 모형을 활용해 경제적 위기뿐 아니라 고립·학대·돌봄 등 복합 위기까지 살피도록 체계를 고도화하며, 장기적으로는 AI가 생활환경의 변화와 위기를 먼저 감지해 지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반복 행정 자동화·복지 마이데이터 도입

 

서류 접수·검증, 시스템 입력 등 정형화된 복지행정 업무의 50% 이상을 2028년까지 AI로 자동화하고, 물품관리와 지출결의서 작성 같은 반복 업무도 디지털로 전환한다. 향후에는 급여 적정성 판정과 부정수급 탐지, 근무관리, 상담계획 수립 등으로 AI 지원을 확대한다. 공공과 민간에 흩어진 복지·돌봄 데이터를 연계할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용자와 보호자가 본인 동의를 바탕으로 정보를 조회·관리하는 ‘복지·돌봄 마이데이터’도 도입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마이데이터와 연계해 복지·돌봄·건강·의료 정보를 맞춤형 서비스에 활용한다.

 

◆ 안전한 AI 활용을 위한 제도·인력·지원체계

 

복지·돌봄 분야에서 AI와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고 이용자 권리를 보호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AI 위험 수준에 따른 사람의 개입·감독 원칙과 설명 요구 등을 담은 윤리 지침을 만들고, 데이터 표준·품질과 AI 성능·오류를 점검하는 관리체계도 구축한다. 돌봄 현장의 디지털·AI 전환을 이끌 강사·리더 요원을 양성하고 복지공무원과 돌봄 종사자 대상 실무교육을 늘리며, 고령자 등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AI 활용 교육도 추진한다.

 

정부·전문가·기업·현장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구성한 뒤 법적 근거를 마련해 ‘복지·돌봄 AI 혁신위원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데이터와 AI 안전성 관리, 중앙사회서비스원은 기술의 현장 적용,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연구개발·사업화 지원,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은 인력양성을 맡도록 기관별 지원체계를 정비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반복 업무를 분담하는 조력자”라며 “AI를 활용해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돌봄노동의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로드맵의 방향은 분명하다. 신청해야만 받던 복지에서 AI가 먼저 찾아가고 자동으로 연결하는 복지로의 전환이다. 아동수당 등 보편급여 자동지급과 복합 위기 감지는 앞서 본지가 보도한 복지사각지대 발굴 논의와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번 자료는 국무회의 ‘보고’ 단계로, 2027년과 2028년이라는 시점만 제시됐을 뿐 소요 예산과 시범사업 규모, 법적 근거 마련 일정은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가장 예민한 대목은 감시와 돌봄의 경계다. AI가 생활패턴과 건강상태, ‘대화 내용’까지 분석한다는 것은 돌봄 효과와 동시에 사생활 침해 우려를 낳는다. 이용자의 동의를 어떻게 받고 어느 범위까지 수집·보관하는지, 이상징후를 오탐·미탐했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먼저 정해져야 한다. 복지·돌봄 마이데이터와 의료 정보 연계는 민감정보가 한곳에 집적된다는 뜻이기도 해, 앞서 본지가 다룬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과 개인정보위의 조사체계 개편 논의를 감안하면 보안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현장의 일자리와 격차도 짚어야 한다. 야간 순회 부담이 줄어 종사자가 대면 돌봄에 집중한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있지만, 자칫 인력 감축의 명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인력 배치 기준을 유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급여 적정성 판정과 부정수급 탐지에 AI를 쓰겠다는 계획은 선량한 수급자가 오탐으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사람의 개입과 이의 절차가 중요하다.

 

인구감소지역 국공립 장기요양시설부터 적용하겠다는 방침은 충남 농촌 시군의 지방소멸 대응과도 닿아 있고, 앞서 본지가 보도한 아산시 통합돌봄 전담인력 배치처럼 지자체 현장에서 AI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디지털 소외 계층이 AI 추천·원클릭 신청에서 오히려 배제되지 않도록 찾아가는 교육과 대면 창구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이 실제로 작동할지 지켜볼 일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