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GX 전략」 추진방향(자료=관계부처 합동)  ©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재정과 기후금융 등 1000조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을 본격 추진한다.

 

철강·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다배출 5대 업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고,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과 2035년 신차 70% 이상 전기·수소차 전환 목표를 추진한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풍력·SMR 등 10대 녹색산업을 집중 육성해 녹색전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K-GX 전략 국민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녹색전환계획(2026~2035)을 발표했다.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각각 K-GX 전략의 주요 내용과 10대 시그니처 프로젝트 추진 방향을 설명했고, 한화큐셀, 포스코홀딩스, LG전자·삼성전자 등 대표 기업 4곳이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관계부처와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 주요 산업 협회·단체로 꾸려진 민관합동 K-GX 추진단의 논의를 토대로 마련됐다.

 

K-GX 전략은 세 가지 방향을 내세웠다. 기술혁신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는 '신성장동력 K-GX', 지역 역량을 활용하고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 없이 상생하는 '모두의 K-GX', 정부의 마중물 지원과 신뢰성 있는 정책으로 불확실성을 없애 민간 투자생태계를 만드는 '지속가능한 K-GX'다.

 

◆ 신성장동력 K-GX: 5대 업종 탈탄소, 재생에너지 100GW, 전동화

 

먼저 주력산업이자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정유의 주요 공정을 탈탄소 공정으로 바꾸고 친환경 연·원료의 수급과 소비를 늘린다. 철강은 2030년까지 30만 톤급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추진해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수소 생산기지 구축을 지원하고, 기업 투자를 전제로 저렴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안도 마련한다. 석유화학과 정유는 전기 나프타분해시설(NCC) 기술개발과 친환경 연료 사용 확대로 고부가 제품 생산을 늘린다. 시멘트는 다성분계 혼합시멘트 개발 등 저탄소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공정가스를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가스로 대체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를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입지와 사업 부지를 전방위로 발굴하고, 발전 단가를 낮출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도 구축한다. 2030년까지 기존 전선을 대용량으로 교체해 송전용량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서 만든 전기를 수요처에 직접 공급하는 직류 송배전 산업도 육성한다.

 

수송 분야는 2035년까지 신규 차량의 7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바꾸기 위해 친환경 연료 보조금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의 재생에너지 생산을 고려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으로 보급을 촉진한다.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과 이륜차, 건설장비, 항만·선박까지 전동화 범위를 넓힌다.

 

핵심 10대 녹색산업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풍력, SMR, 전력기기, 전력반도체, 히트펌프, 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다. 기술개발과 상용화 목표를 정하고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해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한다. 희토배제형 구동모터 등 전기차 공급망 안정화 기술,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실증·상용화, 2028년 차세대 태양전지 세계 최초 상용화·양산 등 초격차 기술혁신을 지원하고, 태양광 핵심기자재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국내 공급망을 재건한다.

 

기술력은 있으나 구조적 한계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성장기·확대기 등 단계별로 혁신 연구개발(R&D) 심층 지원과 실증 테스트베드 확대를 하고, 유망 기업에는 최대 100억 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을 해 유니콘 기업으로 키운다.

 

◆ 모두의 K-GX: 지역 거점, 기후적응, 정의로운 전환

 

'모두의 K-GX'는 5극 3특 중심으로 지역 수요와 산업 특성에 맞는 지역 GX 대표모델을 발굴하고 거점을 육성하는 방향이다. 나주 에너지 특화도시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중심으로 기술개발에서 투자·창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한다. 제주는 2035년까지 도내 신규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고, 히트펌프, 에너지저장장치(ESS) 배전망, 가상발전소(VPP) 등 선도 사업을 실증한다.

 

생활공간에서는 도심형 태양광, 분산형 전원, 전기 모빌리티 전환을 지원하는 탄소중립 선도도시를 조성·확대하고, 에너지 다소비 공공건축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의무화한다. 화석연료 기반 난방 지원사업은 히트펌프 보급 사업으로 바꾼다.

 

극한기후로 인한 생산성 저하에 대비해 기업 맞춤형 기후리스크 평가 체계를 만들고, 기후 위기에 취약한 노후 산업단지와 조선업·물류업 등을 대상으로 재난 예방 설비 개선에 금융·재정 지원을 한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가 친환경 산업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을 연내 추진한다. 특구로 지정되면 사회경제적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에 직업훈련, 장려금 등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진다. 폐지가 예정된 석탄발전소 근로자를 위해서는 '2040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과 관련 법률을 마련한다.

 

◆ 지속가능한 K-GX: 재정 200조·기후금융 790조 이상

 

시장 불확실성을 낮추고 민간 투자를 이끌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재정 200조 원과 기후금융 790조 원 이상 등 모두 1000조 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한다. 기후대응기금을 대폭 확대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녹색 국채의 제도적 기반과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 790조 원의 정책금융은 지방(50% 이상)과 중소·중견기업(70% 이상)에 중점 배분하며, 다배출 업종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할 전환금융 체계를 확립한다.

 

세제와 규제도 손본다. 태양광·풍력·이차전지 등 핵심 부품·장비에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순환자원경제법을 개정해 규제특례구역을 신설하고, GX 핵심 기술 보유 기업에는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지원한다.

 

◆ 10대 시그니처 프로젝트

 

국가 과제와 기업의 녹색 전환을 잇는 대표 사례인 10대 K-GX 시그니처 프로젝트는 ▲청정에너지 공급망 자립 ▲국가 주력산업의 탈탄소화 ▲모든 이동수단의 전동화 ▲국민 주거공간의 GX 등 4대 분야로 구성된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 기술 국산화(한화큐셀), 철강 GX 기반 탈탄소 산업 생태계 구축(포스코홀딩스), 국민 주거공간의 GX 확산(LG전자·삼성전자 공동)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정부는 이번 전략으로 기후 위기 대응을 넘어 경제 체질을 전면 개편해 녹색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며, 민간과 '원팀'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자 코멘트]
1000조 원이라는 숫자는 크지만 구성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재정은 200조 원, 정책금융(기후금융)은 790조 원 '이상'으로 제시돼 합산은 990조 원이다. 1000조 원은 사실상 '규모'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성격 차이다.

 

재정은 예산 투입이지만 정책금융은 대출·보증·투자 등 상환이 전제되는 자금이 많을 수 있다. 연평균 재정은 약 20조 원 수준인데, 기존 사업을 재분류한 것인지 신규 투입인지, 연도별 배분은 어떻게 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녹색 국채 설계가 내년 상반기로 미뤄진 만큼, 재원 조달의 구체성은 아직 낮다.

 

목표의 실현 가능성도 검증이 필요하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는 현재 보급량 대비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 입지·주민 수용성·계통 연결 병목을 어떻게 풀지가 설명돼야 한다. 철강 지원의 전제로 '기업 투자를 전제로 한 저렴한 전기 공급'이 제시됐는데,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는 다른 수요자와의 형평성, 한전 재무 부담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세계 최초 양산'을 내걸었지만 청정수소의 가격과 공급이 갖춰지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 앞서 보도한 청정수소 정책 흐름과 맞물려 가격·인프라 로드맵이 따라붙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과 노동자에게 얼마나 체감되는지가 관건이다. 정책금융을 지방 50% 이상, 중소·중견기업 70% 이상에 배분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수요와 신용도 격차를 고려하면 지방·중소기업이 자금을 쓸 수 있는 구조인지, 배분 기준의 산정 방식과 이행 점검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규제 측면에서는 인허가 패스트트랙과 규제특례구역이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환경·안전 검증이 약해지지 않도록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SMR을 녹색산업에 포함한 데 따른 논란도 예상된다.

 

충청권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 충남은 당진 철강, 서산 대산 석유화학, 보령·태안·당진 등의 석탄화력, 천안·아산의 디스플레이·반도체를 모두 끼고 있다. 5대 다배출 업종 전환의 부담과 기회가 한꺼번에 걸린 지역인 셈이다.

 

앞서 보도한 천안 반도체 투자 유출 방지,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확대와 같은 흐름에서, 저GWP 공정가스 전환과 재생에너지 조달이 투자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내 추진하겠다는 '정의로운 전환 특구'가 어느 지역에 지정되는지,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일자리와 지방재정 대책이 얼마나 구체적인지가 지역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