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 간호사 수행업무 (이미지: chat gpt)    

 

피부를 봉합하고 동맥혈을 채취하거나 말초동맥관을 삽입하는 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을까. 의사의 처방이나 진단서 작성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그동안 의료현장에서 이른바 ‘PA간호사’가 담당해온 업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진료지원업무인지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월 11일부터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과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가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는 진료지원업무를 ▲환자 평가 지원 2개 ▲기록·처방 지원 5개 ▲시술·처치 지원 28개 ▲수술 지원 8개 등 모두 43개 행위로 구체화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43개 업무가 법령에 포함됐다고 해서 모든 간호사가 43개 업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문간호사 또는 일정한 임상경력과 교육요건을 갖춘 진료지원전담간호사다. 업무 역시 의사가 환자의 진료와 치료에 대해 전문적으로 판단한 이후 일반적인 지도와 위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의료기관 운영위원회가 승인한 개인별 직무기술서에도 해당 업무가 들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환자 평가…마취 과정 모니터링도 포함

 

환자 상태 평가 지원은 2개다.

중증환자가 검사를 위해 이동할 때 상태를 관찰하는 '이송 모니터링'과 환자의 마취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업무다.

 

다만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마취 여부나 방법을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본 전제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지도·위임이다.

 

처방전 직접 발행? 아니다…‘초안’까지만

 

두 번째는 가장 오해하기 쉬운 기록·처방 지원이다.

여기에는 ▲진료기록 초안 작성 ▲검사·판독 및 협진·전원 의뢰 초안 작성 ▲수술·시술 및 검사·치료 동의서 초안 작성 ▲소견서·진단서 초안 작성 ▲프로토콜에 따른 검사·약물 처방 초안 작성 등 5개 업무가 포함됐다.

 

핵심 단어는 **‘초안’**이다.

PA간호사가 독립적으로 처방을 결정하거나 진단서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가 초안을 작성하고 서명한 뒤 의사의 확인과 서명을 받아야 한다.

 

특히 검사·약물 처방 초안 역시 의사가 환자의 상태와 상황 등을 고려해 미리 작성한 프로토콜이 있고 해당 내용이 병원 직무기술서에 반영된 경우에 수행할 수 있다.

 

복지부 운영 가이드라인은 기록·처방 및 관련 환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동서명시스템 구축 의무는 202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수술·수혈·전신마취처럼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도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

 

피부봉합·동맥혈 천자 가능…가장 크게 달라진 영역

 

43개 업무 가운데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시술·처치 지원이다. 모두 28개로 전체 업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우선 관과 카테터 관리에서는 비위관 삽입·교체를 비롯해 의료용 관과 관련 기구의 세척·제거·교체, 기관절개관 제거, 중심정맥관을 통한 조영제 투여와 중심정맥관 제거 등이 포함됐다.

 

상처 관리에서는 복합 드레싱과 위루·장루·방광루 드레싱, 3단계 욕창 드레싱, 흡인 드레싱이 가능하다.

호흡 관련 업무에서는 프로토콜에 따른 호흡치료와 인공호흡기의 압력·산소농도·양압 등의 설정이 포함됐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침습적 처치다.

동맥혈 천자, 말초동맥관(A-line) 삽입, 피부 봉합·매듭과 봉합사 제거, 피하조직 절개와 배농이 공식 업무 목록에 포함됐다.

 

과거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둘러싸고 가장 많은 논란이 발생했던 영역 중 일부가 법적 진료지원 범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간호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당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고 병원의 직무기술서에 명시돼 있어야 하며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위임이 전제된다.

 

깁스부터 분만 내진·ECMO 지원까지

 

그 밖의 시술·처치 업무도 상당히 폭넓다.

외상 후 석고붕대인 통깁스와 부목인 반깁스, 방광 내 BCG 주입, 전립선 마사지, 직장수지검사, 분만 과정 중 내진, 개흉심장마사지 보조 등이 포함됐다.

 

직장수지검사는 출혈 등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한되며 간호사가 이를 통해 독립적으로 진단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ECMO·VAD·IABP 등 인공심폐기를 제외한 체외순환 장비의 운영 지원 역시 프로토콜을 전제로 진료지원 범위에 들어갔다.

 

골수천자 등 4개는 ‘전문간호사만’

 

43개 업무에서 특히 구별해야 하는 항목이 있다.

▲골수천자 ▲복수천자 ▲기관절개관 교체 ▲4단계 욕창 드레싱 등 4개 업무다.

 

이들 업무는 일반적인 진료지원전담간호사가 아니라 해당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이수한 전문간호사 자격 보유자만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PA간호사가 골수천자를 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다.

보다 정확하게는 관련 교육을 받은 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지도·위임 아래 수행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PA간호사가 직접 수술도 할 수 있나

 

정부가 정한 43개 업무에는 '수술 지원'도 8개 포함됐다.

 

▲수술 전후 환자 확인 및 문진·예진 ▲수술 과정의 조영제 투입 등 지원 ▲수술 관련 비침습적 지원 ▲수술 관련 침습적 지원을 비롯해 인공심폐기 및 인공심폐보조장비 준비·운영, ECMO·VAD·IABP 등 체외순환 장비 운영 준비·관리, 체외순환 기기 정비·부품 관리, 장기이식 과정에서 장기보존액 관류 및 체외순환 운영 등이 해당한다.

 

여기서도 '수술 지원'과 '수술 자체'를 구분해야 한다.

복지부 가이드라인상 침습적 수술 지원은 조직을 직접 침범하거나 이미 형성된 수술 시야 또는 체강 안에서 기구를 조작하는 등 신체에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지원행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이 PA간호사에게 독립적으로 수술을 시행하거나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환자와 수술별로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이 선행돼야 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개인별 직무기술서에 명시돼야 한다.

 

43개 전체 업무 한눈에 보면

 

정부가 정한 진료지원업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환자 평가 지원 2개
중증환자 이송 모니터링, 마취 과정 모니터링.

 

기록·처방 지원 5개
진료기록, 검사·판독 및 협진·전원 의뢰, 수술·시술·검사·치료 동의서, 소견서·진단서, 검사·약물 처방 등의 초안 작성.

 

시술·처치 지원 28개
비위관 삽입·교체부터 각종 의료용 관 관리, 중심정맥관 관련 업무, 상처·욕창 드레싱, 호흡치료, 인공호흡기 설정, 동맥혈 천자, A-line 삽입, 피부 봉합, 절개·배농, 깁스·부목, BCG 주입, 전립선 마사지, 직장수지검사, 분만 내진, 개흉심장마사지 보조, 체외순환 장비 운영 지원, 골수·복수천자, 기관절개관 교체, 4단계 욕창 드레싱 등이 포함된다.

 

수술 지원 8개
수술 전후 확인·예진, 조영제 투입 등 수술 지원, 비침습·침습적 수술 지원, 인공심폐기와 체외순환 장비의 준비·운영·관리 및 장기이식 관련 체외순환 업무 등이다.

 

43개 목록보다 중요한 ‘5가지 조건’

 

이번 제도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43'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실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누가, 어떤 교육을 받고, 누구의 판단에 따라, 어떤 범위까지 수행하느냐를 함께 살펴야 한다.

 

우선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이 원칙적인 수행기관이다. 수행자는 전문간호사 또는 원칙적으로 병원·종합병원·군병원에서 총 3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갖추고 정부가 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진료지원전담간호사여야 한다. 기존 수행자에게는 별도의 경과조치와 특례가 적용된다.

 

여기에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일반적인 지도·위임이 있어야 하고, 해당 병원 진료지원업무 운영위원회가 승인한 개인별 직무기술서에 실제 수행 업무가 명시돼야 한다.

 

복지부가 지난 19일 배포한 운영 가이드라인에서도 직무기술서에 없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수행할 수 없으며, 새로운 진료지원업무가 추가되면 필요한 교육을 이수한 뒤 운영위원회에서 직무기술서를 다시 심의하도록 했다.

 

결국 43개는 '가능한 업무의 최대 목록'이지 한 명의 PA간호사가 모두 수행할 수 있다는 허가증이 아니다.

 

법제화의 다음 질문은 ‘가능하냐’에서 ‘안전하냐’로

 

PA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명문화되면서 의료현장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피부 봉합이나 동맥혈 천자처럼 논란이 컸던 행위도 진료지원업무의 범위에 명확히 들어왔고, 처방이나 진단서 작성 역시 어디까지 가능한지 경계가 설정됐다.

 

그러나 업무범위가 명확해졌다고 모든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침습적 처치와 수술 지원이 확대될수록 교육 수준과 숙련도, 의사의 지도·감독, 응급상황에서의 대응 체계가 더욱 중요해진다.

 

또 같은 업무라도 병원과 간호사의 자격·교육 수준에 따라 실제 수행 가능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환자에게 충분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

 

PA간호사 제도화의 첫 번째 질문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였다면, 이제 의료현장이 답해야 할 두 번째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어떤 자격과 교육을 갖추고, 얼마나 안전하게 할 것인가.”

43개 업무의 명문화는 PA 논란의 종착점이 아니라 의료인력의 역할과 환자 안전을 새롭게 설계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자료: 보건복지부,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한병원협회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운영·행위 가이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