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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간호사 법제화 43개 업무 열렸지만 책임은? (사진: AI생성) |
PA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에게 동맥혈 천자를 시행하다 신경이나 혈관을 손상시켰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피부 봉합 후 감염이 발생하거나 말초동맥관(A-line) 삽입 과정에서 합병증이 생겼다면 실제 시술한 간호사가 책임져야 할까, 업무를 지시한 의사가 책임져야 할까. 아니면 해당 업무를 승인하고 인력을 배치한 병원이 책임져야 할까.
PA간호사, 공식 명칭으로 진료지원전담간호사 제도가 법제화되면서 이제 의료현장의 관심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넘어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미디어코리아는 앞선 시리즈에서 진료지원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43개 업무와 자격·교육 요건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가장 민감한 문제인 의료사고 책임 구조를 들여다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거나 “실제 의료행위를 한 간호사가 책임진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기록·처방 지원 업무는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의사의 최종 확인·승인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시술·처치·수술지원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간호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의사의 판단·위임·감독, 병원의 교육·배치·관리체계를 함께 따져 책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의사가 시켰다’고 간호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진료지원업무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환자의 진료와 치료에 관한 전문적 판단을 내린 이후 일반적인 지도와 위임에 따라 수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PA간호사가 자신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부담하는 주의의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적절하게 A-line 삽입을 지시했더라도 PA간호사가 정해진 시술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환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시술해 손상이 발생했다면 실제 수행 과정에서의 과실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또 시술 과정에서 환자에게 이상 징후가 발생했는데도 업무를 중단하지 않거나 의사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면 PA간호사의 대응 적절성 역시 책임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진료지원업무 가이드라인도 수행 중 이상소견이나 합병증 징후가 발생하거나 프로토콜상 중단기준에 해당하면 즉시 업무를 중단하고 책임의사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PA간호사에게 법적으로 허용된 행위라는 사실과 그 행위를 적절하게 수행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렇다면 의사는 어디까지 책임지나
의사의 책임은 PA간호사의 업무 수행 이전부터 시작된다.
현행 제도는 진료지원업무가 환자의 진료·치료에 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선행된 이후에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어떤 환자에게 PA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가 필요한지, 그 환자의 상태와 위험도를 고려해 해당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의사의 영역이다.
가이드라인은 지도·감독 의사가 환자의 상태, 위험도, 진료과 특성 등을 고려해 진료지원업무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지시와 감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애초에 PA간호사에게 맡기기 부적절한 고위험 환자였거나 간호사의 숙련도를 고려하지 않고 업무를 위임했다면 의사의 판단과 감독 책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도 의사가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면 이 역시 책임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진료지원업무 수행 과정에서 의사가 같은 의료기관 내에서 즉각적인 확인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PA 제도가 의사의 업무 일부를 완전히 간호사에게 넘기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처방·진단서 초안은 명확하다…최종 책임 ‘의사’
책임 구조가 비교적 명확한 분야도 있다.
진료기록이나 검사·약물 처방, 진단서·소견서 등의 초안 작성이다.
PA간호사는 이들 업무에서 최종적인 처방이나 진단을 결정할 수 없다.
현행 규칙은 진료지원간호사가 기록·처방 지원 업무를 수행할 경우 초안을 작성해 서명한 뒤 의사의 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다.
복지부의 8월 운영 가이드라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의사가 최종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승인해야 하며 기록·처방 및 이와 관련된 환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해당 의사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PA간호사가 처방 초안을 작성했다고 해서 처방 자체의 최종 책임자가 PA간호사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2027년 7월 1일부터는 이러한 책임 관계를 전산상으로 명확히 남길 수 있도록 ‘공동서명시스템’도 의무화된다.
PA간호사와 최종 승인 의사의 이름과 서명이 함께 기록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2027년 6월까지의 전환기간이다.
현재는 전자의무기록(EMR)이나 별도의 업무기록지에 실제 초안을 작성한 사람이 표시되고 의사의 최종 확인·승인과 작성·수정 이력이 남도록 관리해야 한다.
결국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누가 작성했고, 누가 확인했으며, 언제 승인했는지’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피부봉합 사고는 누가 책임지나
보다 복잡한 것은 직접적인 시술·처치다.
PA간호사의 43개 업무에는 피부 봉합과 봉합사 제거, 동맥혈 천자, 말초동맥관 삽입, 피하조직 절개·배농 등 상당수 침습적 행위가 포함돼 있다.
가령 의사가 피부봉합을 지시했고 자격과 교육을 갖춘 PA간호사가 해당 업무를 수행했다고 가정해보자.
이후 환자에게 상처 벌어짐이나 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사고 결과만으로 간호사나 의사의 과실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해당 간호사가 그 업무를 수행할 자격과 교육을 갖췄는지 확인해야 한다.
해당 행위가 병원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개인별 직무기술서에 포함돼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의사가 환자의 상처 상태 등을 적절히 평가한 후 봉합을 위임했는지, 간호사가 승인된 방법과 프로토콜에 따라 시술했는지, 시술 후 이상 징후를 제대로 관찰하고 보고했는지도 각각 따져야 한다.
사고의 원인이 의사의 잘못된 판단인지, 간호사의 시술상 과실인지, 병원의 관리체계 문제인지에 따라 책임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직무기술서 밖 업무를 시켰다면?
앞으로 의료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가운데 하나가 ‘직무기술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진료지원업무 수행 병원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PA간호사별 직무기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전문간호사의 전문분야나 진료지원전담간호사의 임상경력, 교육과정 이수 내용 등을 고려해 실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사전에 정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직무기술서에 없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수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당 PA간호사의 직무기술서에는 피부봉합만 포함돼 있는데 의사가 그 자리에서 다른 침습적 시술까지 요구했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간호사는 직무기술서에 명시되지 않은 행위나 의학적 판단·최종 결정이 필요한 사항을 임의로 수행하지 않고 보고해야 한다.
동시에 병원장과 운영위원회는 PA간호사가 직무기술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병원이 만성적인 의사 부족을 이유로 직무기술서와 교육범위를 넘어서는 업무를 사실상 관행적으로 PA간호사에게 맡겨왔다면 의료사고 발생 시 병원의 관리책임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병원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환자와 PA간호사·의사 사이의 문제만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민법 제756조는 피용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사용자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원에 고용된 의료인이 진료 과정에서 과실로 환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의료진 개인의 과실과 별개로 의료기관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함께 문제될 수 있다.
이번 PA 제도에서는 병원의 관리 역할도 더욱 구체화됐다.
병원장은 진료지원업무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PA간호사의 자격과 교육, 수행 가능한 업무를 반영한 직무기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병원장과 운영위원회가 PA간호사가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즉 병원이 충분한 교육을 하지 않았거나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를 고위험 업무에 배치하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간호사가 실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 문제를 종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판단기준도 다르다
여기서 또 하나 구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민사책임과 의료인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문제 되는 형사책임은 판단 구조가 다르다.
민사재판에서는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한다.
반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형사사건에서는 누가 어떤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그 과실 때문에 환자에게 상해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보다 엄격하게 증명돼야 한다.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최근 의료사고 형사사건에서 단순히 의료인의 과실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고 과실과 환자의 피해 결과 사이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동일한 PA 의료사고에서도 민사상 손해배상이 인정되면서 형사책임은 인정되지 않는 상황도 가능하다.
핵심은 ‘누가 했나’보다 ‘왜, 어떻게 했나’
PA간호사 의료사고 책임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제 시술자가 누구였느냐만 보는 것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크게 네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첫째, 그 업무가 PA간호사에게 법적으로 허용된 업무였는가.
둘째, 해당 간호사가 그 업무를 수행할 자격과 교육을 갖추고 직무기술서에도 승인돼 있었는가.
셋째,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판단한 뒤 적절한 지도와 위임을 했는가.
넷째, 병원은 교육·인력배치·응급 대응·관리체계를 제대로 마련했는가.
이 과정에서 간호사가 승인된 업무와 프로토콜을 벗어났다면 간호사의 책임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간호사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지만 애초 의사의 판단이나 위임이 부적절했다면 의사의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교육받지 않은 간호사를 무리하게 배치하거나 병원이 관행적으로 업무범위를 확대했다면 의료기관의 관리책임까지 더해질 수 있다.
결국 책임은 한 사람에게 자동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과정에서 누가 자신의 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PA간호사를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이번 제도가 환자 안전을 위해 마련됐지만 PA간호사 입장에서도 책임 문제는 상당한 부담이다.
의사의 업무를 지원하면서 피부봉합과 A-line 삽입, 절개·배농, 침습적 수술지원까지 수행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인 간호사가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수행업무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명확하게 기록하는 시스템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의사의 위임 내용을 전산으로 기록하고, PA간호사가 어떤 자격과 교육을 토대로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 발생 때에도 개인에게 책임을 먼저 돌리기보다 의사의 판단·위임, 간호사의 실제 수행, 병원의 관리체계를 함께 조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의료배상책임보험이나 공제제도가 PA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를 충분히 포괄하고 있는지도 병원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법제화의 마지막 퍼즐은 ‘책임의 명확화’
PA간호사 법제화는 오랫동안 의료현장의 회색지대에 있던 진료지원업무에 처음으로 법적인 울타리를 만들었다.
43개의 업무를 정했고 수행 자격과 교육 기준, 의료기관 인증, 운영위원회, 직무기술서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실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앞으로 제도가 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시험대다.
정부 가이드라인도 병원과 운영위원회, 수행간호사, 지도·감독 의사의 각각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최종 책임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기록·처방처럼 의사의 최종 책임이 명확한 분야도 있지만 침습적인 시술과 수술지원에서는 실제 사고의 원인과 지시·감독 관계를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
따라서 PA간호사 제도의 성패는 단순히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얼마나 많이 대신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업무를 위임한 사람, 실제 수행한 사람, 이를 관리한 병원이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기록하고 그 책임에 맞는 안전체계를 갖추는 것.
그것이 PA간호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환자를 보호하는 제도의 마지막 조건이다.
자료: 보건복지부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운영·행위 가이드라인」, 국가법령정보센터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 대법원 주요 판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