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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예산이 처음으로 70조 원 벽을 넘어섰다. 국방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8.2% 늘린 73조 2777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3일 밝혔다.

 

역대 최대폭 인상이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자주국방, 미래 병력구조를 고려한 군구조 개편, AI·유무인체계 전환, 드론·대드론 역량 강화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이번 예산 편성은 급변하는 안보환경과 병역자원 감소라는 두 가지 흐름에 대응해, 병력 중심의 군을 첨단기술 중심의 군으로 바꾸는 데 방점이 찍혔다. 부문별로는 전력운영이 5.9% 늘어난 50조 416억 원, 방위력개선이 역대 최대폭인 13.8% 늘어난 22조 7112억 원, 병무행정이 1.4% 늘어난 5249억 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 KF-21·핵추진잠수함 자주국방 가속…예비군도 7000명으로 확대

 

전작권 전환과 자주국방 역량 강화에는 34.9% 늘어난 2조 1744억 원이 투입된다.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계를 조기에 갖추기 위해 공지통신무전기 성능을 개량하고 연합구성군사령부의 전시 군사정보유통체계를 새로 구축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중고도정찰용 무인항공기(MUAV)와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도 서둘러 전력화한다.

 

독자 방위역량 확충에도 속도가 붙는다. KF-21 최초 양산 투자를 늘리고 후속 양산도 추진하는 한편, 핵추진 잠수함 사업에도 처음 착수한다.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한 인력구조 개편도 눈에 띈다. 상비예비군을 올해 3700명에서 내년 7000명으로 거의 두 배 늘리고, 예비군훈련 보상비도 688억 원에서 903억 원으로 확대한다.

 

예비전력과 민간역량을 적극 활용해 현역은 전투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으로, 과학화 동원훈련장을 새로 짓고 훈련 중 민간 의료인력을 활용한 의무지원도 도입한다.

 

GOP대대 부대종합관리나 민통초소 운영, 주둔지 경비 같은 비전투분야에는 민간인력 활용을 시범 도입해 현역 장병이 본연의 임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 AI·드론에 1조5788억…한국형 드론인증제도도 신설

 

첨단전력 전환에도 힘이 실린다. AI·유무인 복합체계 예산은 55.5% 늘어난 7727억 원으로,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과 중요시설 경계시스템을 강화하고 무인지상감시센서를 새로 도입한다.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과 수중자율기뢰탐색체를 전력화하는 한편, 전투용 무인수상정(연구개발)과 다족보행로봇 등 장병 대신 위험 임무를 수행할 무인전력도 늘린다. 수송·주둔지 경계·위험물 취급 등 병력절감 효과가 큰 분야에는 피지컬 AI 실증사업이 새로 추진된다.

 

드론·대드론 역량 강화에는 18.8% 늘어난 8061억 원이 편성됐다. 군집드론 연구개발에 착수하고 중거리 자폭드론, 분대급 소형 대인 자폭드론, 소형공격드론 등 드론 전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접적지역 대드론 통합체계와 레이저대공무기 Block-Ⅰ 투자를 늘리고 이동형 레이저대공무기 Block-Ⅱ 연구개발에도 착수해 방어체계를 강화한다.

 

전 장병의 드론 운용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용 상용드론과 시뮬레이터 도입도 확대되며, 품질이 검증된 드론을 신속히 확보할 수 있게 한국형 드론인증제도(K-Blue UAS)도 새로 만든다.

 

◆ 하사 1호봉 월300만원 수준으로…병 단체상해보험도 도입

 

장병 처우 개선에도 예산이 반영됐다. 중·소위 및 중·하사 기본급은 처우개선율 5.9%를 반영해 하사 1호봉 기준 월 300만 원 수준으로 오른다.

 

부사관 단기복무장려금은 10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인상되고, 부사관 임관자에게 월 최대 30만 원을 3년간 지원하는 적금 매칭 지원금도 신설된다. 군 간부 전세자금 이자 지원은 간부숙소 미입주자까지 대상을 넓히고 기준단가도 올리며, 영외거주 간부 급식비는 월 16만 원으로 인상된다.

 

그동안 일선 간부가 직접 진행하던 자살·도박 예방, 인권 등 법정의무교육은 민간 전문강사에게 위탁해 전문성을 높이고 간부의 부담을 던다. 병사에게는 복무 중 상해 보장을 강화하는 병 단체 상해보험이 69억 원 규모로 새로 도입된다.

 

◆ 국방반도체·항공추진체계 등 미래기술에도 투자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미래 국방기술 투자도 확대된다. AI 무기체계의 성능을 좌우할 국방반도체 연구개발에 565억 원, 유·무인 복합체계에 쓰이는 첨단항공추진체계 기술개발 착수에 90억 원, 레이저·양자 등 미래전장 기술 연구개발에 121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방산 분야 중소·벤처기업 지원도 강화된다. 방산혁신기업 지원은 54억 원에서 124억 원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기술개발·사업화 지원은 659억 원에서 758억 원으로 늘어난다.

 

실증시험 지원은 70억 원에서 170억 원으로 확대해 피지컬 AI 등 민간 혁신기술의 국방 적용을 촉진하고, 방산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수출 지원도 512억 원에서 627억 원으로 늘려 기술개발-실증-수출로 이어지는 방산 생태계 선순환을 뒷받침한다.

 

병역의무자를 위한 서비스도 개선된다. 생성형 AI 챗봇을 19억 원 규모로 도입해 맞춤형 병무상담을 제공하고, 국방부와 병무청으로 나뉘어 있던 예비군 동원훈련 행정업무는 병무청으로 단계적으로 일원화하며 통합관리시스템을 14억 원을 들여 구축한다. 국외 병역의무자가 입영을 위해 입국할 때는 항공여비도 6억 원 규모로 지원된다.

 

[기자 코멘트]


이번 예산에서 가장 뚜렷한 방향성은 '사람에서 기술로'다. 방위력개선비가 전력운영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3.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 그리고 상비예비군을 거의 두 배로 늘리는 동시에 비전투분야에 민간인력을 시범 도입한다는 점은 병역자원 감소라는 구조적 압박에 정부가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KF-21 후속 양산과 핵추진잠수함 사업 착수가 같은 해 예산에 함께 담긴 만큼, 두 대형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가 향후 어떻게 조정될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대형 프로젝트여서, 착수 단계의 예산만으로는 총사업비 규모나 완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 세금이 장기간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 초기부터 총사업비 추계와 진행 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또한 드론·대드론 역량 강화가 18.8% 늘었다고는 하나, 실제 접적지역에서의 대드론 통합체계가 북한의 드론 위협 고도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예산 규모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실전 배치 이후의 성능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