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조정실 페이스북 규제합리화추진단 현판식 화면 갈무리  ©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의 투자와 기술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동차 디스플레이용 강화유리의 수입절차를 간소화하고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거래(PPA) 방식도 확대한다. 국가핵심기술 분야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화학물질·환경·전기설비 관련 현장규제도 개선한다.

 

규제합리화위원회 성장분과는 지난 2일 현장의 불합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디스플레이 산업 현장규제 개선방안’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OLED 등 고부가가치·차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대규모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LCD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데 이어 OLED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일부 핵심 소재·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국무총리 소속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은 지난 6월부터 협회와 주요 기업을 만나 규제로 인한 애로를 집중적으로 발굴했고, 산업통상부·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개선 가능성을 협의해 방안을 마련했다.

 

◆ 자동차 디스플레이용 강화유리, 수입승인 대상서 제외

 

우선 수입제한 물품에서 ‘자동차 디스플레이용 강화유리’를 제외한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커버윈도우용 강화유리’는 종전에는 ‘기타 강화유리’로 분류돼 수입승인 대상이 아니었지만, 세계관세기구(WCO) 결정으로 관세품목분류코드(HS Code)가 바뀌면서 항공기·우주선용 강화유리와 같은 코드로 묶였고, 이 때문에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제품의 용도와 안전성은 그대로인데 코드 변경만으로 규제 대상에 들어간 셈이다. 정부는 항공 관련 안전관리라는 규제 목적과 관련성이 낮은 품목은 수입승인 대상에서 빼도록 수출입공고 개정을 연내 추진한다.

 

◆ 재생에너지 ‘다수 대 다수’ 직접거래 일부 허용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거래(PPA)는 전기공급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 1:1, 1:다수, 다수:1 거래는 가능했지만 ‘다수:다수’ 방식은 허용되지 않아, 여러 재생에너지 공급원을 연계해 전력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계약방식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메가특구법에 따른 재생에너지 특구 내 직접전력거래에 한해 다수:다수 거래를 허용하고, 다양한 공급사업자와 사용자가 참여하는 새로운 거래방식을 검증할 계획이다.

 

◆ 국가핵심기술 분야 생성형 AI 활용기준 마련

 

연구개발과 데이터 분석, 제조혁신 등에서 생성형 AI 활용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디스플레이처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분야에서는 기술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보안성 검토를 거쳐 국가핵심기술을 보호하면서도 생성형 AI를 쓸 수 있도록 보안 가이드라인을 내년 1분기 목표로 마련·공표한다. 기업이 보안상 허용되는 활용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 화학물질·환경·전기설비 규제도 개선

 

디스플레이처럼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물질 정보를 담은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를 제출하고 연 1회 이상 지역사회에 알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물질명 같은 영업비밀이 드러날 수 있다는 업계 지적에 따라, 보호가 필요한 정보는 실제 물질명 대신 총칭명으로 대체 표기하도록 즉시 시행한다. 화학사고 영향범위를 정할 때 물질의 실제 함량(%) 대신 100% 함량을 기준으로 삼던 문제는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 작성 프로그램(KORA)’을 고도화하면서 실제 함량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환경·전기 등 현장규제도 손본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생산설비를 자주 바꾸고 연속가동이 중요하며 공정별로 다양한 화학물질을 쓰는데, 통합환경허가·화학물질 관리·전기설비 점검 등 일부 제도가 이런 여건과 맞지 않아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정부는 잦은 시설변경 등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변경허가와 가동개시 신고를 수리한 뒤 시운전을 허용하고 사후에 현장 확인을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실시간 감시·기록되는 전기설비 점검자료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와 지침을 즉시 명확히 하기로 했다.

 

규제합리화추진단은 “관계부처와 함께 개선과제의 이행상황을 지속 점검하는 한편, 다양한 업종 및 현장에 대한 소통을 이어가면서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이번 방안은 대체로 ‘행정 마찰’을 걷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강화유리 사례처럼 제품 성격은 그대로인데 HS코드 변경만으로 규제 대상이 된 불합리를 바로잡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중국의 추격과 핵심 소재·장비의 해외 의존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풀 직접 대책은 아니다. 수입 절차 간소화는 소재 조달의 편의를 높일 뿐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소재·장비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 같은 후속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이번 자료에서 가장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대목은 시운전 후 사후 확인과 화학사고 정보 공개 방식이다. 변경허가를 받기 전에 시운전을 허용하는 것은 속도를 높이지만 환경·안전 검증이 사후로 밀리는 부담이 있고, 앞서 본지가 보도한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2차)에서도 인허가·영향평가 단축이 함께 제시돼 안전 검증 약화 우려가 겹친다. 총칭명 표기는 영업비밀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역 주민이 사고 위험 정보를 얼마나 알 수 있는지와 충돌할 수 있고, 영향범위를 실제 함량으로 계산하면 완충 범위가 줄어들 수 있어 주민 안전 기준이 후퇴하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다수:다수 직접거래가 특구 내로 한정된 것은 신중한 접근이지만, 앞서 본지가 다룬 전력망 혁신대책이나 청정수소 입찰시장 같은 에너지 정책과 연계해 확산 가능성을 어떻게 검증할지가 관건이다. 생성형 AI 보안 가이드라인은 내년 1분기 목표여서 그때까지 현장의 AI 활용 공백과 보안 사고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짚어볼 부분이다. 충남 서북부에서는 앞서 본지가 보도한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67조 원 투자협약처럼 디스플레이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어, 이번 규제 개선이 지역 투자 이행 속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