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주요 개정사항(자료=보건복지부)  ©

 

내년부터 외래진료를 연 300회 초과 이용하는 환자에게는 본인부담률 90%가 적용된다. 다만 아동·임산부·중증·희귀질환자 등 잦은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도 같은 날 함께 공포됐다.

 

이번 개정은 필요한 진료는 그대로 보장하면서 과도한 외래이용에 따른 반복·중복 진료를 줄이고, 건강보험료 정산과 급여·비급여 관리체계도 함께 정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2024년 기준 17.9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6회의 약 2.7배에 달한다.

 

특히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개별 기관에서 다른 기관의 진료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워 동일·유사 치료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25년 외래진료 이용자 약 4840만 명 가운데 연간 300회를 초과해 진료받은 사람은 7765명으로, 이들의 연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약 344.7회였고 많게는 연간 1775회를 이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 301회째부터 본인부담 90%…아동·임산부·중증질환자는 제외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00회를 초과하면 301회째 진료부터 본인부담률 90%가 적용된다. 아동, 임산부, 산정특례 대상 중 중증장애인, 중증·희귀·중증난치질환으로 해당 질환의 치료를 받는 환자는 현행과 같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제외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과다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의학적 필요성 등을 심의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 CT·MRI부터 진료내역 확인시스템 적용…의료기관 EMR과 연계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진료내역을 진료·처방 시점에 확인해, 동일·유사 검사와 치료가 반복되면서 생기는 환자 안전 위험을 줄이는 제도도 마련된다. 요양기관이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요양급여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구축하며, 구축·운영 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한다. 확인대상 항목과 방식은 심사평가원에 설치되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한다.

 

시스템은 오는 12월 24일부터 CT와 MRI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다른 항목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계해 처방 시점에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해 의료기관의 행정부담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 보험료 분할납부 문턱 낮추고, 사업장 신고기한도 연장

 

직장가입자의 연말정산 등에 따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의 분할납부 신청기준도 완화된다. 현재는 본인 부담 추가 보험료가 해당 가입자의 1개월분 보수월액보험료 본인 부담분 이상인 경우에만 최대 12회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어, 예를 들어 본인 부담 월 보험료가 15만 원인 가입자에게 추가 보험료 14만 원이 발생하면 부담스러워도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없었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추가 보험료가 보수월액보험료 하한액 이상이기만 하면 신청할 수 있게 되며, 2026년 가입자 본인부담분 기준으로는 추가 보험료가 1만 80원 이상이면 분할납부가 가능하다.

 

사업장이 건강보험료 연말정산에 필요한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하는 기간도 매년 3월 10일에서 3월 31일까지로 늘어난다. 공단은 2025년부터 국세청 근로소득 간이지급명세서를 직장가입자 보험료 연말정산에 활용하고 있는데, 2025년 정산 대상자 1656만 명 가운데 약 630만 명은 국세청 자료로 정산됐고 약 1026만 명은 사업장이 직접 보수총액을 통보해 정산됐다.

 

이 중 713만 명은 국세청 자료로도 확인 가능한 대상이었다. 통보기한이 연장되면 국세청 자료를 먼저 반영한 뒤 사업장이 3월 말까지 확인·보완할 수 있어 신고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며, 기존 4월 보험료 정산 일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 급여·비급여 재검토 근거도 명확화

 

이미 요양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으로 고시된 의료행위·치료재료라도 안전성·유효성, 경제성, 급여 적정성 등이 달라지면 재검토할 수 있도록 직권 조정 사유가 명확히 규정된다. 고시된 행위·치료재료의 재분류가 필요하거나 경제성·급여 적정성이 변경된 경우, 신의료기술 재평가 결과 안전성 우려나 임상적 유효성이 변경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양급여 대상 여부 등을 조정할 수 있다.

 

품목허가 또는 신고된 약제 중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약제가 비급여 대상이라는 점도 법령에 명확히 규정된다. 새로 비급여로 전환하거나 급여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분류를 명확히 해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공개 과정의 해석상 혼선을 줄이려는 조치다. 두 조항 모두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

 

복지부는 개정사항별 시행시기가 다른 만큼 가입자와 의료기관이 의료 이용 현황과 적용기준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사전 안내를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현장 편의를 고려해 제도 시행을 준비할 계획이다.

유주헌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은 반복·과다 의료 이용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을 줄이고, 국민의 적정의료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험료 정산 과정의 일시 납부 부담과 사업장 신고 부담도 함께 줄이는 만큼 국민이 변화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연간 1775회 외래진료를 이용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은 하루 평균 5회 가까이 병원을 찾은 셈이어서, 이번 제도개편의 필요성 자체는 수긍할 만하다. 다만 '300회'라는 기준선이 절대적으로 정당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을 여러 개 앓고 있지만 산정특례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 고령 환자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를 위해 과다의료이용심의위원회의 예외인정 절차가 마련됐지만, 심의 기준과 처리 속도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애꿎은 환자가 갑자기 본인부담률 90%라는 청구서를 받아드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이 CT·MRI부터 우선 도입되는 것은 고비용·중복 위험이 큰 검사부터 손을 대겠다는 합리적 접근이지만, 정작 이 제도의 실효성은 '단계적 확대'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여러 항목으로 확대되는 속도가 더디면, 정작 반복 처방이 잦은 약제나 일반 검사 항목에서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는다. 보험료 분할납부 기준 완화와 사업장 신고기한 연장은 국민 체감도가 높은 실용적 개선이지만, 언론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세부 조항인 만큼 실제 대상자들에게 변경 사항이 충분히 안내되는지가 시행 초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