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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집행법 시행령」 신·구조문 대비표(자료=법무부) © |
생계비계좌에 한도인 250만 원을 넘는 돈이 들어오면 초과분이 이용자가 지정한 관리계좌에 자동으로 예치되는 제도가 도입된다. 법무부는 생계비계좌 한도를 넘는 금액을 예금자가 지정한 관리계좌에 예치하도록 하는 '민사집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이다.
◆ 8개월간 68만 7241개 개설
생계비계좌는 1개월 생계비인 250만 원까지 예치할 수 있고, 계좌에 예치된 금액 전액의 압류가 금지되는 계좌다. 누구나 국내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기관, 우체국 등에서 1인당 1개를 열 수 있으며 중복 개설은 금지된다. 올해 2월 처음 도입된 이후 8개월 동안 56개 금융기관에서 68만 7241개가 개설됐다. 법무부는 이를 통해 매월 최대 약 1조 7181억 원의 압류금지 생계비가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도 초과 땐 입금액 전액 '입금불능'이던 불편
그동안 생계비계좌는 예치 잔액과 한 달 누적 입금액이 각각 25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제한됐다. 이용자는 남은 한도를 수시로 확인해야 했고, 한도를 넘는 금액이 들어오면 입금액 전액이 '입금불능' 처리돼 계좌를 급여 계좌로 쓰기 어려웠다.
◆ 초과분은 관리계좌로 자동 분리 예치
개정 시행령에 따라 예금자는 생계비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 본인 명의의 요구불예금계좌를 관리계좌로 지정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예치를 위해 받은 금액 가운데 생계비계좌 한도에 이를 때까지는 생계비계좌에, 한도를 넘는 나머지는 지정된 관리계좌에 자동으로 나눠 예치한다.
다만 관리계좌를 지정하지 않았거나 지정한 계좌에서 정상 거래가 불가능해 초과분을 예치할 수 없을 때에는, 예치를 위해 받은 금액 전액을 예치를 지시한 사람에게 돌려준다. 기존 생계비계좌 이용자도 시행일 이후 약관을 갱신하고 관리계좌를 지정하면 분리송금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법무부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생계비계좌를 통해 최소한의 생계를 압류 걱정 없이 보장받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법무행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이번 개정은 생계비계좌의 가장 큰 불편이던 '한도 초과 시 전액 입금불능'을 푼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급여가 250만 원을 넘는 이용자도 한 계좌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돼 계좌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몇 가지 확인할 대목이 있다.
우선 관리계좌에 쌓이는 초과분의 법적 지위다. 이번 자료에는 관리계좌가 본인 명의의 일반 요구불예금계좌라는 설명만 있을 뿐, 초과분이 압류금지 보호를 받는지는 언급이 없다. 일반 계좌라면 초과분은 압류 대상이 될 수 있어, 이용자가 '자동 분리'를 모든 자금이 보호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안내가 필요하다. 잔액 한도와 한 달 누적 입금 한도가 분리송금 아래에서 어떻게 함께 적용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지정 신청'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관리계좌를 지정하지 않으면 초과 입금액은 여전히 전액 반환된다. 시행 후에도 지정을 모르거나 안내받지 못한 이용자는 기존과 같은 불편을 겪는다. 기존 이용자는 약관 갱신까지 거쳐야 해, 고령·디지털 소외 계층이 많은 취약계층에게는 창구 안내와 일괄 문자 등 적극적 안내가 필요하다.
법무부가 제시한 '매월 최대 1조 7181억 원 보호'는 개설된 68만 7241개 계좌가 모두 한도 250만 원을 가득 채운다고 가정한 이론상 최대치다. 실제 계좌 평균 잔액이나 입금 규모, 압류 방지로 이어진 사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제도 효과를 평가하려면 실제 이용 통계와 압류 방어 사례가 뒤따라야 한다. 시행까지 약 3개월 남았는데, 56개 금융기관이 전산 개편을 제때 마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균형도 필요하다. 생계비 보호는 필수지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관리계좌를 통한 재산 은닉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앞서 보도된 전세사기특별법 시행령, 불법사금융 근절 TF,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마찬가지로, 서민의 최소 생계를 지키는 안전망이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는지는 접근성과 사후 점검에 달려 있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