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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상심의 신청 홍보물(정보그림=기후에너지환경부) © |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일 석탄회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 등 15개사와 '가습기살균제 배상이행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 참여 기업에는 (유)옥시레킷벤키저,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애경산업㈜ 등이 포함됐다.
◆ 시행일 맞춘 협약… 분담금 납부·출연금 확보·협의체 구성
이번 협약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 시행일인 8일에 맞춰,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기업이 배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김성환 장관과 15개사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참석자들은 행사에 앞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협약에 따라 사업자는 피해 배상을 위한 분담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정부 출연금 예산을 확보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 양측은 유사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원료물질부터 제품 폐기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화학안전망 구축에도 함께 노력한다.
분담금 등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 협의체에서 상호 협의를 바탕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협약으로 배상재원이 차질 없이 마련돼 배상이 늦어질 수 있다는 피해자와 유족의 걱정을 덜 수 있고, 분담금 분쟁으로 재원 확보가 늦어지는 일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신청 후 조사·심의 거쳐 배상… 구제급여는 계속 지급
10월 8일부터는 특별법 전부개정에 따른 국가 주도 배상체계가 시행된다. 배상을 받으려는 사람이 신청하면 건강피해와 노동력 상실률 조사 등을 거쳐, 국무총리 소속 '가습기살균제 배상심의위원회'가 배상 여부와 배상액을 최종 심의·결정한다. 배상이 결정된 피해자는 배상금을 한꺼번에 받거나, 향후 치료비를 뺀 금액을 먼저 받고 치료비는 계속 지급받는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신청부터 지급까지 경제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기존 구제급여를 받던 피해자는 배상을 받을 때까지 구제급여를 계속 받는다.
배상심의 신청은 내년(2027년) 4월 7일까지 6개월간 받는다. 신청서와 증빙서류를 갖춰 배상심의위원회에 내면 되며, 온라인(피해자지원종합포털)이나 현장 접수창구(서울, 세종)에서 신청할 수 있다. 서울 피해자 소통공간에서는 신청 상담도 받을 수 있다.
◆ 심의위 이달 중 구성, 세부기준은 연내 공개
배상심의위원회는 이달 안에 구성된다. 배상 세부기준과 안내서는 연내 공개되고, 내년부터 개별 배상심의에 들어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세부기준에 따라 배상총액을 추계하고, 이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중 사업자별 분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해 오랜 시간 고통을 겪으신 피해자와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협약이 배상이 늦어질지 걱정하시는 피해자분들께 안심을 드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10월 8일부터 시행되는 국가 주도 배상체계가 피해자와 유족분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한층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국가도 배상 책임의 당사자로서 배상 절차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 코멘트]
본지가 앞서 짚은 '사업자 책임 이행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대한 첫 답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협약은 선언적 합의에 가깝다. 분담금을 내지 않을 때 어떤 수단으로 이행을 강제할지,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사업자나 책임 능력이 없는 사업자의 몫은 누가 책임지는지는 이번 자료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15개사 사이의 분담 비율, 정부 출연금의 규모와 정부·기업 간 분담 구조도 공개되지 않았다.
일정에서도 확인할 대목이 있다. 분담금 부과는 내년 상반기이고 개별 심의는 내년부터 시작된다. 즉 재원이 확보되기 전에 심의가 먼저 진행될 수 있는데, 첫 배상금이 언제 지급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배상 세부기준이 연내에 공개되는 만큼, 신청 시작 후 상당 기간 피해자는 배상액 기준을 모른 채 신청하게 된다. 신청 마감(내년 4월 7일) 전에 기준이 충분히 안내되는지, 신청 이후 기준에 따른 불이익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기존 구제급여를 배상 시까지 유지한다는 점은 경제적 공백을 줄이는 긍정적 장치다.
분담금 이견을 다루는 협의체도 양날의 검이다. 분쟁이 재판으로 가기 전에 조율하면 재원 확보 지연을 막을 수 있지만, 협의가 길어지면 배상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협의 시한과 결과 공개, 피해자 측 참여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전주기 화학안전망 구축도 구체적 과제와 일정이 제시되지 않아 선언에 그칠 우려가 있다. 앞서 보도한 개인정보 유출, 불법사금융 등 소비자 피해 사건에서도 반복된 것처럼, 피해 발생 이후의 사후 구제만큼 사전 예방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접근성 문제는 여전하다. 현장 접수창구는 서울과 세종이어서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는 온라인 신청에 의존해야 한다. 세종은 충청권 피해자에게 가까운 창구가 될 수 있지만, 지방 거주 피해자를 먼저 찾아 안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