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산지소형 전력시스템 (그림=기후에너지환경부)  ©

 

정부가 송전망 건설의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 철탑을 최대 40%(2214기) 줄이고, 주민 밀집지역에서는 지중화를 확대하기로 했다. 송전망 주변 지역 마을에는 '계통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해 세대별로 많게는 연간 300만 원 수준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5일 김성환 장관이 이 같은 내용의 '송전망 건설 수용성 제고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재생에너지 보급도 확대되면서 적기에 전력망을 확충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그 전제 조건인 송전망 주변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었다는 게 기후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입지선정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제공과 의견 수렴,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김성환 장관은 그간 세 차례 송전망 주변지역 주민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대전·금산·안성 등 현장을 직접 찾아 지역의 건의사항과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 선로 통합해 철탑 2214기 감축, 주민 밀집지역은 땅속으로

먼저 새로 건설하는 철탑 수를 최대한 줄인다. 신설 선로(2회선)를 기존 선로(2회선)와 통합하거나, 별도로 계획된 신설 선로를 하나의 철탑(4회선)에 함께 설치하는 방식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국가기간망 사업에서 선로를 최대한 통합할 경우 개별로 건설하는 계획보다 신설 철탑을 40%(2214기)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앞으로는 이를 제도화해 송전선로를 신설할 때 기존 선로와의 통합 가능 여부를 우선 검토하도록 할 방침이다.

주민 밀집지역에서는 지중화도 확대한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국가기간망 지중화에 대한 국가재정 지원 등을 활용해 주민 밀집지역의 지중화를 적극 검토할 계획으로, 장성군 주민 밀집지역과 대전 유성구, 군산·청양, 세종·청주 등 여러 지역에서 지중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여러 송전선로가 집중되는 신규 345kV 변전소의 인출 구간(2km 내외)도 지중화를 우선하기로 했다.

◆ 지원금 3분의 2, 마을 태양광에 우선 투입… "세대당 연 300만 원"

송전망 주변 지역 마을에는 계통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해 주민의 소득 창출을 지원한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따라 경과지역 지방정부에 지급하는 지원금(km당 20억 원)을 활용해 전력망 주변 마을에 햇빛소득 태양광 설치를 전폭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연내 전력망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정부 지원금의 3분의 2를 전력망 주변 지역의 마을 태양광 설치에 우선 활용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국가기간전력망 주변지역은 많게는 세대별 연간 300만 원 수준의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 입지선정 절차 대폭 손질… 회의 참관 허용, 후보지 2곳 이상 제시

정부는 송전망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그동안 지적이 많았던 입지선정절차도 대폭 개선한다. 입지선정 초기부터 주민 대상 사업설명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사업설명회 횟수도 기존보다 한 차례 늘려 3차례로 확대한다. 회의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의 회의 참관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기후부도 입지선정위원회 회의에 직접 참여해 민주적인 회의 운영을 담보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후보 경과대역을 2개 이상 도출해 주민대표의 입지 선택권도 넓히기로 했다.

아울러 국가 송전망 계획 수립 단계인 전력수급 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송전망 건설의 필요성을 충실히 점검하고 전문가와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력망은 에너지 대전환과 첨단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필수 국가기반시설"이라며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나누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필요한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고창 주민이 지역의 미래를 위해 변전소 유치를 스스로 결정한 사례는 진정성 있는 소통과 실질적인 지역 혜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전력망 확충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게 주민과의 상생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기자 코멘트]
이번 대책의 방향성은 그간 반복돼 온 송전망 건설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철탑을 물리적으로 줄이고 지중화를 확대하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경관·건강 우려를 줄이는 방편이고, 계통햇빛소득마을을 통한 세대별 소득 지원은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불편에 대한 실질적 보상책이라는 점에서 '피해는 지역이, 혜택은 전국이'라는 그간의 비대칭 구조를 일부나마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세대별 연간 최대 300만 원이라는 수치는 지원금의 3분의 2를 마을 태양광에 투입했을 때의 상한선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제로 이 금액이 모든 경과지역 마을에 균등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일조량이나 부지 여건이 좋은 일부 마을에만 집중될지는 시행령 개정 이후 구체적인 배분 기준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철탑 통합을 통한 40% 감축 목표 역시 "현재 추진 중인 국가기간망 사업에서 최대한 통합할 경우"라는 전제가 붙어 있어, 실제 현장에서 지형이나 기존 선로 위치 등의 제약으로 통합이 어려운 구간에서는 감축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입지선정위원회 사업설명회를 3차례로 늘리고 후보 경과대역을 2개 이상 제시하겠다는 절차 개선은 형식적 참여 기회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최종적으로 두 후보지 중 어느 곳으로 결정되더라도 반대 측 주민의 반발은 불가피한 구조인 만큼 선정 이후의 보상과 소통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실질적인 갈등 해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창 사례를 모범으로 든 만큼, 이번 대책이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도 '자발적 유치'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를 얼마나 만들어내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