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0개 교복대리점이 3개 지역 19개 중·고등학교가 발주한 총 51건의 교복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 또는 투찰가격을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억 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제재 대상은 스마트학생복 용인점, 아이비클럽 용인점, 엘리트학생복 용인점, 쎈텐학생복 용인점, 스쿨룩스 기흥점, 스마트학생복 신갈점, 아이비클럽 울산남구점, 스마트학생복 울산남구점, 스마트학생복 영천점, 엘리트학생복 영천점이다.
교복 구매입찰은 학교장이 입찰을 통해 납품업체를 선정해 학생에게 교복을 일괄 공급하는 '교복 학교주관구매 제도'에 따라 이뤄진다.
시·도교육청 협의회가 매년 교복 상한가격을 정해 고시하면, 학교가 상한가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규격·가격 동시 입찰로 납품업체를 고르는 방식이다.
지역별로 다수의 교복 대리점이 영업하며 인근 학교 입찰에 참여하는 구조다.
경기 용인, 울산, 경북 영천의 10개 대리점은 대면 모임을 하거나 문자메시지·카카오톡으로 연락해 총 51건의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 용인 처인구 4개 대리점…평균 낙찰률 98.29%
스마트학생복·아이비클럽·엘리트학생복·쎈텐학생복 용인점 등 4개 대리점은 2022년 9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용인시 처인구 소재 8개 중·고교가 발주한 15건의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스마트 용인점은 처인구에서 오랜 기간 영업해 왔으며, 2022년 실시된 3건의 입찰에서 유찰을 막으려고 다른 사업자들에게 들러리 참여를 요청했다. 2023년부터는 저가 수주를 막고 목표 물량을 확보하려고 낙찰을 원하는 학교 명단을 문자메시지로 다른 사업자들에게 알리며 협조를 요청했다.
다른 대리점들은 이를 받아들였고, 일부 입찰에서는 투찰가격까지 미리 합의해 예정가격 대비 평균 98.29%의 높은 낙찰률로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이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로 보고 4개 대리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7,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 용인 기흥구·울산 남구…들러리 요청과 '오랜 친분'
스쿨룩스 기흥점과 스마트학생복 신갈점은 2025년 8월 용인시 기흥구 소재 중학교가 발주한 1건의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과거 이 학교에 교복을 공급했던 신갈점이 단독 응찰에 따른 유찰을 막으려고 기흥점에 전화로 들러리 투찰을 요청하고 투찰가를 공유했으며, 기흥점이 이를 받아들여 합의가 실행됐다.
공정위는 이들 2개 대리점에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울산 남구에서는 아이비클럽 울산남구점과 스마트학생복 울산남구점이 2022년 9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6개 중·고교가 발주한 6건의 입찰에서 합의를 실행했다.
두 대리점 대표는 과거 다른 사업체에서 함께 일하며 알게 된 사이로, 각자 대리점을 운영한 뒤에도 친분을 유지해 왔고 이 친분이 담합의 계기가 됐다.
이들은 카카오톡 메시지로 학교별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공정위는 2개 대리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 영천 7년간 29건 '낙찰 순번제'
가장 긴 기간 이어진 담합은 영천이다.
스마트학생복 영천점과 엘리트학생복 영천점은 2018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경북 영천시 소재 4개 중·고교가 발주한 29건의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당시 두 대리점 대표는 2018년 한 고등학교가 연 교복 샘플 설명회에서 만나, 지역 내 브랜드 교복업체가 두 곳뿐인 만큼 경쟁을 피하고 학교를 나눠 낙찰받기로 뜻을 모았다.
입찰이 예정된 3개 학교의 낙찰 순번을 정하고, 학교별로 직전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다음에 낙찰받는 '낙찰 순번제'를 시행했다.
대리점 대표가 바뀐 뒤에도 합의를 전달받은 새 대표가 이를 이어갔고, 2019년부터는 담합 대상 학교를 4곳으로 넓혔다.
중학교 2곳, 고등학교 2곳을 묶어 번갈아 낙찰받기로 하고, 기초가격을 토대로 최대 낙찰률로 낙찰받도록 투찰가격도 합의했다.
공정위는 2개 대리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1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 공정위 "과징금 기준 상향, 입찰정보 연계 모니터링"
공정위는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경기·대구·광주 등 전국에서 총 52건의 교복 입찰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는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을 대폭 높이고 반복담합 사업자를 가중 제재하는 내용으로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앞으로 적발되는 담합 사건의 경제적 제재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8월에는 5개 교복 제조사를 대상으로 '교복 담합 근절 간담회'를 열어 교복 대리점에 대한 법 준수 교육·점검 등 예방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5월부터는 16개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복 입찰 정보를 공정위의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과 연계, 교복대리점의 담합 징후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담합이 의심되는 사례가 나오면 직권조사에 착수해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BRIAS는 1,042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정보를 수집해 담합 징후를 분석하고 직권조사로 연계하는 시스템이다.
공정위는 민생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가계 부담을 키우는 교복 담합에 엄중히 대응하는 한편, 관계기관·업계와 협력해 사전 예방과 감시 강화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시장 구조다. 교복 가격은 시·도교육청 협의회가 상한을 고시하고 학교가 그 안에서 입찰로 업체를 고르는데, 지역별로 경쟁 업체가 소수일수록 담합 유인이 커진다. 용인 처인구에서 예정가격 대비 평균 98.29%의 낙찰률이 나온 것은 낙찰가가 사실상 상한가 부근에 몰렸다는 의미로,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영천 사례는 브랜드 교복업체가 두 곳뿐인 시장에서 대표가 바뀌어도 합의가 승계됐다는 점에서, 개인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처분의 편차도 짚어볼 대목이다.
과징금을 단순 환산하면 용인 처인구 4개 대리점은 입찰 1건당 약 480만 원, 울산은 150만 원, 영천은 약 72만 원 수준이다. 7년간 29건을 이어간 영천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 그리고 기흥구 사건이 시정명령에 그친 이유는 보도자료에 설명이 없다.
올해 4월 개정한 과징금 고시가 이번 처분에 적용됐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학생·학부모가 입은 피해 규모와 환급 방안, 적발 경위도 공개되지 않았다.
BRIAS 연계 모니터링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교복처럼 학교별 소규모 입찰이 많은 분야에서 실제 얼마나 징후를 포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앞서 본지가 다룬 암표·불법대부광고 포상금 신고제처럼 시스템 감시와 시민 신고를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또 16개 시·도교육청 협의에 대전·세종·충남·충북이 포함되는지는 보도자료에 명시돼 있지 않아, 충청권 교복 입찰 현황과 점검 여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