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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간호사 법제화 9일…43개 업무 열렸지만 ‘책임·인력’ 숙제 (사진: 미디어코리아DB) |
이른바 ‘PA간호사’로 불려온 진료지원간호사 제도가 지난 1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수년간 의료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진료지원업무가 법과 제도 안으로 들어왔다.
미디어코리아는 지난 7월 10일 「PA간호사 법제화…인증 병원·3년 경력 간호사만 진료지원업무 수행」 기사를 통해 진료지원간호사의 자격과 의료기관 기준을 보도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관심은 한 단계 더 구체적인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PA간호사가 실제로 어디까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기존 병동 간호인력은 부족해지지 않을지가 제도 안착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과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는 지난 8월 11일부터 시행됐다.
진료지원업무는 크게 ▲환자 상태 평가 지원 ▲환자 기록·처방 지원 ▲시술·처치 지원 ▲수술 지원으로 나뉘며 모두 43개 세부 행위가 규정됐다.
피부봉합·동맥혈 천자도 가능…PA 업무 어디까지
이번 제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진료지원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다.
43개 행위에는 중증환자의 검사를 위한 이송 모니터링과 비위관 삽입·교체를 비롯해 중심정맥관 관련 업무, 동맥혈 천자, 말초동맥관 삽입, 피부 봉합 및 봉합사 제거, 피하조직 절개·배농 등 의료현장에서 의사의 진료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업무가 포함됐다.
일정한 교육을 이수한 전문간호사의 경우 골수천자와 복수천자, 기관절개관 교체 등 일부 전문적인 진료지원업무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의료현장에서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병원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 온 PA 업무의 경계를 국가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설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모든 간호사가 이들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간호사는 전문간호사 또는 자격을 갖춘 진료지원전담간호사로 제한된다. 진료지원전담간호사는 원칙적으로 병원·종합병원 또는 군병원에서 3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갖추고 정부가 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역시 단순 이론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기초역량과 분야별 질환·치료 이해, 시술·처치 절차, 응급상황 대응, 의료윤리 등을 포함해 이론교육과 실기교육, 현장실습을 거쳐야 한다.
시행 첫날 정부가 ‘4가지 특례’ 내놓은 이유
주목할 부분은 제도가 시행된 8월 11일 정부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별도의 전환 대책을 함께 가동했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가 보건복지부 지침을 토대로 안내한 내용을 보면 ▲한시적 추가 수행행위 ▲의료기관 인증 특례 ▲진료지원전담간호사 임상경력·교육과정 특례 ▲교육 이수 대기자 한시적 관리 방안 등이 마련됐다.
특히 제도 시행 당시 임상경력이 3년 이상이지만 진료지원업무 경력이 6개월 미만인 간호사는 교육과정이 개설되기 전까지 소속 의료기관에서 수행한 진료지원행위를 향후 현장실습 과정과 연계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PA 업무를 수행해 온 의료기관에도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규칙 시행 당시 진료지원업무를 하고 있던 병원은 시행일부터 1개월 이내 의료기관 인증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신고하고, 이후 1년 6개월 이내 인증을 받는 조건으로 그 기간 동안 진료지원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
이는 제도를 하루아침에 새로운 기준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PA 인력이 업무에서 빠지거나 일부 병원에서 진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결국 PA 법제화의 첫 번째 시험대는 ‘규정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의료현장을 새로운 제도 안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옮기느냐가 될 전망이다.
더 민감한 문제는 ‘의료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나’
제도가 시작됐지만 의료계와 간호계 일부에서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문제는 책임 소재다.
특히 동맥혈 천자, 말초동맥관 삽입, 피부 봉합, 피하조직 절개·배농처럼 환자의 신체에 직접 침습이 이뤄지는 행위가 포함되면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간호사와 지시·감독 의사, 의료기관 가운데 책임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해졌다.
의료연대본부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고위험·침습적 의료행위가 진료지원업무에 포함됐음에도 의사의 감독과 법적 책임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며 규칙과 고시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입법예고 과정과 최종 규칙 사이에서 기록·처방 지원에 대한 의사의 책임을 명시한 표현이 달라졌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반면 최종 제도에는 간호사가 작성한 기록·처방 초안에 대해 의사가 확인·서명하도록 하는 절차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병원에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업무별 직무기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누가 어떤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병원 내부에서 사전에 명확히 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사고는 개별 상황과 지시·감독 관계, 업무 수행 과정 등에 따라 책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실제 사례와 판례가 축적되기 전까지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PA 확대하면 병동 간호사는 누가 지키나’
두 번째 쟁점은 인력이다.
진료지원간호사를 별도로 충분히 충원하지 않고 기존 병동 간호사를 PA 업무로 이동시킬 경우 일반병동이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인력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연대본부 역시 일부 공공병원의 경우 정원 문제로 신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간호사가 진료지원전담간호사로 이동할 경우 병동의 노동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진료지원간호사의 확대가 의사 부족 문제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 간호사 부족을 심화시킨다면 의료인력 문제를 직역 간 이동으로 해결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PA간호사를 몇 명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PA 인력 증가와 병동 간호인력 변화가 함께 공개되고 관리될 필요가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도…2027년 7월 또 한 번 변한다
PA 제도는 8월 11일 시행됐지만 모든 관리체계가 동시에 가동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동서명시스템’이다.
진료지원간호사가 환자 기록이나 처방 지원 업무를 수행할 경우 이를 의사와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서명시스템 구축 의무는 병원들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202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현재부터 내년 7월까지가 사실상 PA 제도의 첫 번째 전환기가 되는 셈이다.
이 기간 병원들은 자격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교육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운영위원회 설치와 직무기술서 작성, 의료기관 인증, 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누가 진료했는지’가 핵심
정부는 PA 제도화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로 환자 안전과 의료현장의 혼선 해소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PA간호사는 법률상 공식적인 명칭과 업무범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병원별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제도는 이러한 업무를 43개 행위로 구체화하고 수행자의 자격과 교육요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법제화 자체보다 더 현실적인 질문이 남는다.
“내게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자격과 교육을 갖췄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가”**다.
제도가 의료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업무 효율성뿐 아니라 이 세 가지 질문에 환자가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PA 법제화,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
PA간호사 법제화는 단순한 간호사 업무 확대 문제가 아니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 경계를 다시 설정하고 의료기관의 인력 구조와 환자 안전, 의료사고 책임체계를 동시에 재설계하는 문제에 가깝다.
정부는 기존의 불명확한 업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3년 임상경력과 교육과정, 의료기관 인증, 43개 수행행위라는 기준을 만들었다.
그 자체로 의료현장의 오랜 불확실성을 줄이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업무’를 정한 것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앞으로 제도의 성패는 PA간호사의 숫자가 얼마나 늘어났느냐가 아니라 의료사고 책임체계가 얼마나 명확해졌는지, 교육받은 인력이 제대로 배치되는지, 기존 병동의 간호인력이 줄어들지 않는지, 그리고 환자가 자신을 진료하는 의료인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8월 11일은 PA간호사 논란의 끝이 아니라 진료지원간호사 제도의 실제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는 출발점에 가깝다.
자료: 보건복지부, 국가법령정보센터, 대한병원협회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