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인조잔디 운동장에 쓰는 합성고분자 과립형 충진재의 시장 공급을 2031년 10월 17일부터 금지한다. 기존 축구장의 인조잔디를 당장 철거하라는 조치는 아니다. 기존 경기장이 수명을 다하는 시점에 맞춰 대체 기술로 넘어가도록 8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규제 대상은 인조잔디 자체가 아니라 잔디 사이에 채우는 고무·합성수지 계열 성능충진재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재생 또는 신규 합성수지를 이용한 탄성 충진재가 운동장 밖으로 유실되면 미세플라스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기술은 충진재 사용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FIFA는 설명한다.
◆ 국내 축구장도 교체 주기 앞에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전국 공공 축구장은 1,163곳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국내 아마추어 축구 경기의 90% 이상이 인조잔디 구장에서 열린다고 밝힌 바 있다. 협회는 인조잔디 내구연한을 5~7년으로 본다. 적지 않은 구장이 수년 안에 교체 시기를 맞는다는 뜻이다.
협회는 2026년부터 공식 경기를 여는 인조잔디 구장에 인증제를 적용하고 있다. 제품과 경기장의 성능을 별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존 품질기준은 충격흡수패드, 인조잔디 매트, 안정화 충진재, 성능 충진재를 기본 구조로 두되, 신기술이 기존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인증위원회가 인정하면 다른 형태의 시스템도 허용한다. 협회는 2030년부터 1·2등급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세계 업체들은 이미 다음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그린필즈·텐케이트의 '퓨어 피티'는 성능충진재와 별도 충격흡수패드를 쓰지 않는 구조로 2026년 FIFA 품질인증을 받았다. 리몬타스포츠는 목질계 식물성 재료 충진재 '지오'를, 폴리탄은 올리브씨와 코르크를 결합한 유기계 충진재 '바이오퓨전'을 내놨다. 필드터프도 합성고분자 성능충진재를 쓰지 않는 시스템과 코르크·올리브씨 등 천연 충진재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오롱글로텍이 충진재 대신 충격흡수패드를 쓰는 무충진 인조잔디 시스템을 개발했고, 에프씨코리아랜드는 천연 코르크 충진재를 사업화하고 있다.
◆ 쟁점은 속도와 예산
문제는 기술보다 시장 전환 속도다. 올해 충북 음성군은 6,500㎡ 규모 축구장 인조잔디 교체에 5억 5천만 원을 편성했고, 경주시는 황성축구공원 두 구장 약 1만 7천㎡ 교체에 16억 원을 들였다. 합천군은 1만 200㎡ 구장 개보수에 10억 원 규모 사업을 계획했다. 사업 범위가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한 면을 바꾸는 데 수억 원의 공공예산이 드는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도 노후 체육시설 투자를 늘린다. 문체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서 노후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지원을 2026년 953억 원에서 2,558억 원으로 늘렸다. 약 2.7배(기자 환산)다. 뉴스서울에 따르면 안전과 직결된 긴급 보수의 국고보조율도 50%에서 70%로 높인다.
◆ 지켜볼 대목, 지자체 발주 기준
EU 규제가 국내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협회의 신기술 인정 조항, 2030년 등급 개편 목표, 2031년 EU 금지 시한, 5~7년의 교체 주기가 겹치면서 교체 시점이 곧 기술 선택의 시점이 됐다. 예산이 늘어도 발주 기준이 가격 중심이면 '고무칩 구장'이 되풀이될 수 있다. 충진재 종류, 여름철 표면온도, 유지관리비, 폐기 후 재활용 가능성까지 따지는 생애주기 기준을 지자체 조달 단계에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5~7년 뒤 다시 바꿔야 할 구장을 지금 어떤 사양으로 깔지가 그 첫 시험대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