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심사부터 철저히 (사진: AI)

 

흉악범죄로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 가해자의 무기징역은 사건의 끝이 아니다. 언젠가 가석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이다. 살인과 강간살인 등을 저지른 범죄자가 다시 사회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안전을 걱정하는 것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불안에 구체적인 보호 대책으로 답해야 한다.

 

우려를 뒷받침하는 실제 사건도 있다. 두 차례 살인으로 처벌받고 무기징역을 복역하던 강모씨는 2017년 가석방된 뒤 2023년 경기 남양주에서 또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보호관찰을 받던 중이었다. 2024년 1월 1심 법원은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검찰은 더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이 사건 하나로 모든 가석방자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된 석방 판단과 관리의 실패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자발찌와 보호관찰이 있다는 설명만으로 시민을 안심시킬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위험성 평가와 출소 이후 감독이 적절했는지 검증하고, 드러난 문제를 심사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

 

최근 공개된 수치도 논쟁을 키웠다. 국회에 제출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가석방된 무기수는 151명이다. 이 가운데 살인·강도살인·존속살해·강간살인 관련 수형자는 144명이었다. 법무부는 중증질환자와 장기 복역 고령자 등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수형자를 중심으로 엄격하게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기수 가석방자의 재범 현황은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보도됐다.

 

별도 통계가 없다는 사실을 개별 가석방자에 대한 감독 자체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심사의 정확성과 사후관리 효과를 검증할 자료가 충분한지는 따져야 한다. 정부가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면, 실제로 그 판단이 얼마나 타당했는지 확인할 체계도 갖춰야 한다.

 

시민이 묻는 것은 단순하다. 왜 이 사람을 사회로 돌려보내도 된다고 판단했으며,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보호 조치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면 가석방을 결정하는 행정 절차에 대한 의문은 판결과 형벌 집행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 있다. 유족에게는 무거운 형을 선고해 놓고 국가가 나중에 그 의미를 약화시키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법을 곧바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현행법에서 무기형의 20년은 자동 출소 시점이 아니라 가석방이 가능해지는 최소 복역기간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가석방을 허가하지 않고 형 집행을 계속할 수 있다. 먼저 이 제도가 위험한 석방을 제대로 걸러내도록 해야 한다.

 

심사 강화는 복역기간을 늘리거나 반성문을 더 받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복적인 폭력 전력과 범행 동기, 치료·교정 과정에서의 변화, 출소 이후 생활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교도소 안에서 규율을 지켰다는 사실과 사회에서 재범하지 않을 가능성도 구분해야 한다. 전문 평가가 엇갈린다면 그 차이를 해소한 근거까지 남겨야 한다.

 

피해자와 유족의 보복 우려, 생활권 중첩 등 구체적인 위험도 살펴야 한다.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고 의견을 전달할 절차를 보강하되, 석방 여부를 결정할 책임까지 피해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출소 이후에는 대상자의 위험과 필요에 맞춰 감독·치료·주거 지원을 연결하고, 위험 징후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국가가 다시는 시민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그 요구를 존중하는 길은 엄벌을 약속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위험한 수형자의 석방을 막고, 허가한 판단은 사후에도 검증하며, 피해자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새 형벌 도입에 앞서 국민이 납득할 가석방 심사와 사후관리부터 확립해야 한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