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사이트 운영 생태계 현황.(정보그림=성평등가족부)  ©

 

정부가 불법촬영·성착취물 유통 불법사이트 개설을 도박장 개설죄처럼 독립 범죄화해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강력히 처벌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성평등가족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과 함께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에서 확정한 '불법촬영물 등 유통사이트 심층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20일 발표했다.

 

정부는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자 지원 과정에서 확보한 3만 4628개 불법사이트의 피해 규모, 운영 형태, 수익 구조 등을 심층 분석하고 문제점을 확인해 삭제 지원을 넘어 불법사이트 무력화를 위한 통합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분석대상 3만 4628개 사이트 중 6683개(19.3%)가 여전히 접속할 수 있었으며, 그중 3832개는 별도 우회 없이 국내망에서도 접속이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망으로 접속되고 배너광고가 게재된 1674개 사이트에서는 도박·성매매 등 배너광고 4만 686개가 게재되고 있었으며, 2021년 이후 경찰이 검거한 27건 126개 불법사이트 수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 수익원은 304억 원에 이르는 배너 광고였다.

 

정부는 우선 처벌·수사 강화로 불법 생태계 뿌리를 뽑기로 했다. 불법사이트 개설 행위를 도박장 개설죄와 유사하게 독립 범죄화해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처벌하는 법 개정을 검토하며,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해 운영자 검거를 통한 원본 삭제 등 근본적 해결에 수사력을 집중한다.

 

수사기관이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를 수집하고 원본 데이터를 삭제해 피해를 신속히 중단시킬 수 있는 능동적 방어 제도인 '합법적 해킹' 도입도 적극 검토한다. 호주·영국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수익원 차단을 위한 전방위 제재도 강화한다. 불법촬영물 등 유통 사이트에 도박·성매매 배너 광고 게재를 금지하고 위반 시 강력히 제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며, 고객확인제도를 활용해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의 거래를 정지해 돈줄을 차단한다.

 

삭제에 반복적으로 불응하는 사이트에 대응하기 위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한국인 피해 신고 접수를 위한 전달 체계를 마련하고, 해외 호스팅·CDN 사업자에게 부처 공동으로 서비스 중지를 공식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해외서버 이용 사이트 대응도 강화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자사 플랫폼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의심되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이용자ID, IP 주소 등을 신고하도록 의무화된다.

 

불법사이트가 차단 후에도 도메인을 바꿔 회피하는 '도메인셔틀링'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트 간 유사도와 불법성을 분석해 신속히 차단할 수 있는 AI 기반 전 주기 대응 기술 개발과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불법 유해사이트 수집 정보를 공유받아 불법성을 확인해 차단하고, 스팸문자 키워드 필터링 체계를 구축해 정보 발송 단계에서 사전 차단하고 해당 전화번호 이용을 정지하는 등 선제 대응도 강화한다.

 

삭제 요청에 지속 불응할 경우 성평등부 장관이 직접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접속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긴급 차단 요구권을 도입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동일·유사사이트를 기존 심의로 간주해 신속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불법사이트 접속·이용 근절 캠페인을 추진하고, 국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불법사이트를 제보할 수 있는 창구를 '디지털 성범죄STOP 통합누리집'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에 상시 운영한다.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초·중·고·대학 등에 배포하고, 초·중등학교 현장 지원단을 통해 학교 내 불법촬영 취약 공간을 점검하고 맞춤형 예방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범정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협의체와 매달 열리는 실무협의체에서 대책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중장기적으로 피해자 중심의 통합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피해 접수, 삭제 명령, 사업자 제재, 예방적 감독권 등을 망라한 대응체계와 특별법 제정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피해자의 성착취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게 수익 차단, 운영자 검거를 위한 집중 수사, 처벌 강화 등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관계기관과 협력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유통 방지, 삭제·차단, 수사까지 전 단계에 걸쳐 빈틈없이 대응하고 안심할 수 있는 디지털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최근 검거 사례와 같이 디지털성착취물 사이트 배후의 불법 수익 생태계 전체를 뿌리 뽑는 전방위적 수사를 펼쳐 범죄 카르텔을 완전히 와해시키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방조범'에서 '정범'으로 처벌 대상을 바꾸는 것은 그간 불법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촬영·유포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 수위가 낮았던 관행을 정조준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합법적 해킹' 도입은 수사기관의 능동적 개입 권한을 넓히는 만큼, 영장주의 등 절차적 통제 장치를 어떻게 병행 설계하느냐가 실행 단계에서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3만 4628개 분석 대상 중 19.3%가 여전히 접속 가능했다는 수치는 기존 삭제·차단 조치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해외 서버·CDN을 통한 우회가 불법사이트 존속의 핵심 경로인 만큼, 국내 법 개정만큼이나 해외 사업자와의 실질적 협조 체계 구축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