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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와 무디스(Moody's)가 우리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재정건전성을 높이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방향이라고 잇달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정경제부는 두 신용평가사가 내년 예산안에 대해 보고서 등을 통해 좋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9일 밝혔다.

 

◆ 피치 "재정성과 기존 예상보다 강해"…국가채무비율 48.3%로 하향

 

피치는 이날 발간한 자료에서 한국의 내년 정부 예산안에 따른 재정성과가 기존 예상보다 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3.9%에서 내년 -0.1%로 개선되고,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1.9% 흑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수지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채무비율도 48.3%로, 피치의 기존 전망치인 51.7%를 밑돌아 종전보다 안정적인 경로를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는 특히 새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이 경기변동에 따른 재정수입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AI·반도체 등 전략산업 투자가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을 높여 고령화·저출생에 따른 중기 성장 제약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의 세수 증가가 AI·반도체 호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향후 반도체 업황이 정상화될 경우 재정적자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제고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무디스 "미래대응기금 국채축소 활용, 신용등급에 긍정적"

 

무디스도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예산안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중심의 반도체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세수 확대로 재정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특히 미래대응기금 가운데 일부를 국채 순발행 축소에 활용하는 것이 정부 레버리지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다만 앞으로 확대된 지출을 계획대로 조정하고, 전략산업 투자가 실제 생산성·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피치와 무디스가 이처럼 한국의 내년 예산안에 대해 재정건전성 제고와 미래성장 투자 방향을 나란히 긍정 평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재정경제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앞으로 주요 신용평가사와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재정정책과 중장기 성장전략을 적극 설명해 나갈 계획이다.

 

[기자 코멘트]


두 신용평가사의 평가에서 공통으로 짚은 대목은 결국 '반도체 의존'이다. 피치는 세수 증가가 AI·반도체 호황에 기댄 것이라며 업황 정상화 시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고, 무디스 역시 전략산업 투자가 실제 생산성·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다룬 2027년도 국가 예산안 기사에서 짚었던 우려, 즉 162조 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이 반도체 추가세수라는 변동성 큰 산업 사이클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조차 같은 리스크를 지목했다는 것은, 이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재정 운용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무디스가 특히 평가한 '미래대응기금의 국채 순발행 축소 활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용등급 측면에서는 정부 부채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 조치이지만, 이는 동시에 기금 재원 중 상당 부분이 신규 투자보다 기존 부채 관리에 쓰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실제 투입되는 45조 4000억 원과, 국채 발행 축소에 쓰이는 12조 5000억 원 사이의 균형이 향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어떻게 조정될지가 이번 긍정 평가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이라는 외부 변수에 국가 신용도 평가까지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정부가 강조한 "생산성과 잠재성장률 제고로의 연결"이 말뿐이 아닌 구체적 정책 수단으로 뒷받침돼야 할 시점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