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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부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김정화 |
한미 양국이 제1호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내 대형원전 8기 건설 프로젝트는 큰 틀에서 합의했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추진 여부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1일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전략투자 프로젝트로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 프로젝트,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 세 건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7월 한미 무역합의와 같은 해 11월 체결된 전략적 투자 MOU의 후속 조치로, MOU와 한미전략투자법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
◆ 프로젝트 스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AI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 공급
제1호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스타(Project Star)’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총사업비 223억 달러, 6,472MW 용량의 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발전소는 인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이며,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설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사업에는 글로벌 9위 부동산개발업체 릴레이티드 컴퍼니(Related Companies)와 미국 1위 발전운영사 넥스트라 에너지(NextEra Energy)가 주도하고, 텍사스주 5위 천연가스 공급업체 루이스 에너지 그룹(Lewis Energy Group)이 부지·천연가스·용수 등 관련 인프라를 제공한다. 정부는 역량이 입증된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한 점, 텍사스 지역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 예상 적정 전력가격 수준 등을 종합해 상업적 합리성을 판단했으며, 사업관리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국회 보고 등 국내 절차를 모두 마쳤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발전 기자재와 설계·시공, 장기 운영·정비 등 사업 전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참여를 넓히기로 했다. 미국 측은 터빈을 포함한 한국산 기자재가 향후 다른 유사 프로젝트에도 공급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의향을 밝혀, 추가적인 미국 시장 진출도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미국 내 대규모 전력수요에 공동 대응하며 경제안보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프로젝트 파워: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미국 내 대형원전 8기
‘프로젝트 파워(Project Power)’로 불리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는 한미전략투자기금 1,200억 달러를 활용해 미국 내 대형원전 8기(APR1400 2기, AP1000 6기)를 건설하고 양국 기업 간 원전 협력 방향을 담는 내용이다. 프레임워크에는 한미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이 함께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는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최초로 건설되는 해외 노형, 즉 한국의 APR1400이라는 상징적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당초 APR1400은 양국 기업이 체결한 타협협정(SA) 때문에 미국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 에너지부와 주정부, 의회, 업계 등을 다각도로 접촉하며 협상한 끝에 진출이 이뤄졌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이는 제3국 시장에서 한국 노형의 신뢰도와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웨스팅하우스 노형 AP1000 건설에도 한국 시공사와 기자재 기업이 참여한다. 1978년 웨스팅하우스 기술로 고리 원전이 지어진 지 약 50년 만에, 한국 기업이 웨스팅하우스의 파트너로 미국에 원전을 짓게 되는 셈이다. AP1000 건설을 국내 기업이 주도해 성공시키면 유럽 등 제3국 공동 진출과 AP1000 공급망 참여 확대에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8기 건설에 쓰일 재원은 최대 1,200억 달러로, 약 1,000억 달러의 건설비용과 200억 달러의 예비비로 구성된다. 주요 기자재는 발주부터 제작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보고 등 국내법 요건 충족을 전제로 연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해 원자로 용기 등 장주기 품목을 선제 확보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양국 정부와 기업은 이와 별개로 AP1000 사업에서 발생하는 상업적 이익을 한미 간에 공유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하며, 구체적 투자 조건은 향후 기업 간 협상으로 정해진다.
다만 이번 프레임워크는 큰 틀의 한미 원전 협력을 정한 것으로, 구체적인 원전 사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양국은 이를 토대로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 개별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사업별로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절차를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 프로젝트 노스: 알래스카 LNG, 추진 여부 검토 착수
‘프로젝트 노스(Project North)’는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로 운송하는 대규모 가스 파이프라인과 해외 수출용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양국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고, 한미 전략적 투자 MOU의 상업적 합리성 요건과 관련 국내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추진 여부를 판단한다.
검토 결과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미국 측은 한국 기자재·공급업체에 우호적인 참여 여건을 조성한다.
철강 등 사업에 필요한 기자재에 관세 인하 혜택을 주고,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을 보장하며, 이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알래스카 LNG에 대해 한국에 우선적 접근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LNG 수급 다변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우산형 투자구조·리스크 풀링…총 원리금 회수 전까지 5:5 유지
양국은 MOU에서 합의한 투자구조와 투자자 보호 안전장치를 실제 SPV 운영계약에 반영하기로 했다. 모든 전략투자 프로젝트는 하나의 우산형 투자목적회사(I-SPV)와 복수의 프로젝트별 P-SPV를 통해 추진된다. I-SPV가 모든 프로젝트의 펀딩과 수익배분을 통합 관리하고, 개별 프로젝트는 I-SPV가 100% 출자한 P-SPV가 맡아 수행한다.
이 우산형 구조를 바탕으로 리스크 풀링(risk-pooling) 장치도 마련됐다. 한국이 전체 프로젝트 투자금의 총 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는 모든 개별 프로젝트의 한미 간 배분비율이 5:5로 유지되고, 1:9로의 전환은 보류된다. 일부 프로젝트의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면 다른 프로젝트의 5:5 수익배분 기간이 연장되는 방식으로 한국의 원리금 회수 안정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한국 측 투자 원리금을 산정하는 기준인 간주이자율은 미국채 20년물 금리에 프로젝트별로 한미가 합의해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적용한다.
투자 보호장치와 권리도 확보했다. MOU에서 정한 연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의 투자한도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운영계약에 명시했고,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훼손됐다고 판단되면 정부 간 회의를 통해 사업계획과 사업예산, 양국 간 배분비율 조정 등을 협의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이 미국에 납부하는 소득 관련 세금은 한국 배분금에 가산해 세후 배분비율이 보장되도록 했다. 정보권과 관련해서는 재무제표, 사업보고서 등을 정기·수시로 보고받고 자금 사용처 등 주요 자료를 제공받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으며, 사업범위의 중대한 변경, 한국에 불리한 조직문서 변경, 지분의 발행·양도 등 투자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는 동의권도 확보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번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발표는 단순히 한미 관세합의 이행을 넘어 AI·원전·LNG 등 미래 산업과 경제안보에 직결된 전략 분야에서 한미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함께 사업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여는 것”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국익을 최우선으로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사업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 나가는 한편, 한미 전략투자가 우리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이번 발표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확정’과 ‘합의’의 차이다. 가스복합화력은 국내 절차를 마친 제1호 프로젝트로 공식 추진되지만, 원전 8기는 어디까지나 큰 틀의 프레임워크 합의이고 개별 사업은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부터 구체화해야 하며 사업별로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절차를 다시 거친다. 알래스카 LNG는 아예 검토에 착수한다는 단계다. 헤드라인의 숫자가 곧바로 투입이 확정된 금액으로 읽히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원전에만 최대 1,200억 달러가 거론되는데, 이는 총 투자한도 2,000억 달러의 60%에 해당한다. 여기에 223억 달러 규모의 텍사스 사업이 더해지면 한도 소진 속도가 빠르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텍사스 사업에서 한국 몫이 얼마인지는 이번 자료에 나타나 있지 않다. 연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선지급하는 방안 역시 국내법 요건 충족을 전제로 협의됐을 뿐이어서, 선지급 뒤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의 책임과 회수 방안이 어떻게 설계되는지 따져볼 대목이다.
국민 부담과 직결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국회와 국민에게 공개되는 정보의 수준도 쟁점이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의 근거로 전력수요 증가와 ‘예상 적정 전력가격’을 들었지만 구체적 가격 전제와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았고, 텍사스 사업은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가정 위에 서 있어 수요 전망이 빗나갈 경우의 위험이 남는다. 국내 절차에 ‘국회 보고’가 포함돼 있지만 보고가 승인과 같은 통제 장치는 아니라는 점에서, 이후 사업별 심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검증이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한다.
5:5 배분비율 유지와 리스크 풀링은 한국의 원리금 회수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로 설명되지만, 회수 시점이 길어질수록 구조 전체가 장기화된다는 이면도 있다. 앞서 본지가 보도한 대로 한미전략투자기금이 증여세 비과세 단체에 추가된 것도 이 구조가 본격 가동되는 신호다. 알래스카 LNG의 관세 인하, 장기 구매계약, 우선 접근권이 실제 계약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에너지 안보와 자원안보 로드맵의 연장선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