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생태계 육성을 위한 재정투자 방안, 분야별 투자 방안(자료=기획예산처)  ©

 

'로봇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기술로.' 휴머노이드 생태계 육성을 위해 내년 6000억 원의 재정 투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2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또 자율제조·중소제조·농업·건설·물류·항만·돌봄·국방 8대 분야 피지컬 AI 실증에도 내년 7000억 원을 포함해 2030년까지 총 2조 8000억 원이 투입된다.

 

기획예산처는 27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제2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휴머노이드 생태계 육성을 위한 재정투자 방안, 8대 핵심분야 피지컬 AI 실증 추진 방안,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육성방안, 전 부처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화 방안 등 4개 안건을 논의·확정했다.

 

이번 협의회는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대체불가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도약'을 위한 투자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민간위원 13명과 과기정통부·농식품부·산업부·복지부·중기부 차관 등 관계부처가 참석했다.

 

◆ 휴머노이드에 2조3000억원… "정부가 첫 손님 되겠다"

 

정부는 2027년 6000억 원, 2030년까지 총 2조 3000억 원(민간 매칭투자 포함 2조 7000억 원)을 투입해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키운다. 2030년까지 10대 업종별 특화 휴머노이드 양산 체제를 갖추고, 현재 45% 수준인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수요 현장'을 개발의 구심점으로 삼기로 했다. 다양한 산업현장과 반도체·배터리 기업을 함께 가진 나라는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개발 순서도 작업 조건이 일정한 제조·물류에서 시작해 실외·비정형 환경과 집안일·돌봄으로 넓혀 간다.

 

정부가 직접 첫 손님이 되기로 했다. 국산 휴머노이드를 2027년 250대, 2030년까지 1080대를 사들여 대학과 국책연구기관 등에 보급하고 연구과제를 함께 부과해 실제로 쓰이도록 한다. 4족 보행 로봇 등 비휴머노이드까지 포함하면 정부의 로봇 구매는 2027년 약 1700대, 2030년까지 약 5000대로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전동화로 일감이 줄고 있는 자동차 부품기업의 로봇 부품 전환을 돕고, 로봇 SW의 경우 현장의 특정 작업을 하는 가벼운 모델을 먼저 만들어 산업별로 넓혀가는 한편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정밀 조작까지 하는 범용 모델도 나란히 개발한다.

 

로봇의 두뇌·몸체·반도체를 잇는 휴머노이드 운영체제(OS)도 2031년까지 국산화해 풀스택을 완성한다. 부처별로 흩어져 활용도가 낮았던 제조·피지컬 AI 데이터를 범정부 통합 라이브러리에 모으고, 유출 걱정 없이 쓸 수 있도록 클린룸 방식으로 국내 기업의 모델 학습에 제공한다.

 

아울러 AI 지식뿐 아니라 로봇·산업현장 지식까지 갖춘 제조 AX·피지컬 AI 인재를 2030년까지 약 2만 명 키운다.

 

◆ 농업·건설·돌봄·국방까지… 8대 분야 2조8000억원 실증

 

정부는 2027년 7000억 원, 2030년까지 2조 8000억 원(민간·지방비 매칭 포함 4조 원)을 들여 자율제조·중소제조·농업·건설·물류·항만·돌봄·국방 8대 분야에 피지컬 AI를 실증한다. 2027년 한 해에만 500개 이상 현장에서 실증이 이뤄진다.

 

이번 방안은 '기술→실증→기업성장'의 선순환을 범부처 협업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과기정통부·산업부가 개발한 국산 기반기술을 각 부처 실증에 적용해 우리 현장이 외국 플랫폼의 시험장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일손이 부족한 곳부터 먼저 실증을 시작한다. 농업의 경우 시·군 농기계임대사업소 15개소에 AI 농기자재 공유센터를 두어 자율주행 트랙터 같은 첨단 농기계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하고, 선도농가와 공동영농법인 등에는 AI 농업로봇 210대를 보급한다.

 

건설 분야는 웨어러블·원격조종·정밀시공·시공자율화 등 5대 기능 실증용 테스트베드를 지정해 비용을 지원하고 안전·제작 특례를 준다. 항만 분야엔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기능과 무인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하나로 합친 장비를 실제 항만 터미널에 투입해 검증한다.

 

돌봄 분야는 인구감소지역 요양시설 10개소, 장애인거주시설 5개소에 이동·이승·재활보조 로봇을 배치하되, 공간 동선 정비와 업무절차, 안전관리, 종사자 교육까지 묶어서 지원해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돌봄 모델을 만든다.

 

국방 분야는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만큼 위험하고 전투가 아닌 임무부터 로봇이 맡는데, 포병부대의 험지 탄약 운반을 무인 차량으로 자동화하고 취약한 경계근무에는 휴머노이드와 정찰 드론을 배치해 24시간 무인 경계체계를 실증한다.

 

물류 분야는 초소형·비정형 소포 분류 작업 등 현실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발굴해 국산 NPU, 국산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 R&D 성과를 바로 실증으로 연결한다.

 

◆ 신안보·바이오 등 4대 분야, 300개사에 최대 100억원 지원

 

신안보·제약바이오·기후테크·K-소비재 4대 분야에서 매년 300개사를 선발해 최장 5년, 기업당 최대 100억 원+α를 집중 지원하는 신성장 분야 혁신기업 육성방안도 확정했다.

 

2027년에는 2388억 원을 투입하며, AI·빅데이터 분석과 민관합동평가단 심사를 거쳐 상위 1%에 해당하는 300개사를 뽑고 '성장 디렉터'를 1대1로 배정해 성장전략을 함께 설계한다. 2년 뒤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해 성과를 낸 기업만 3년을 더 지원한다.

 

신안보 분야는 미국 CIA가 세운 벤처투자기관을 본뜬 '한국형 인큐텔(IQT)'을 신설해 핵심기술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제약바이오 분야는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R&D, AI·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임상 검증을 지원한다.

 

기후테크 분야는 6000억 원 규모의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소비재 산업은 대기업 현지 유통망 입점과 K-콘텐츠 연계 마케팅을 지원하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는 K-뷰티 클러스터를 만든다.

 

◆ 중소기업 지원 232개 사업 정비… 4조원 절감

 

정부는 현재 22개 부처, 671개, 31조 원 규모인 중소기업 지원사업 가운데 17개 부처 472개 사업, 25조 5000억 원을 효율화 대상으로 정해 전면 점검한 결과 약 50%인 232개 사업을 정비해 2027년 예산안 기준 약 4조 원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절감된 재원은 성과가 검증된 사업과 신규 랜드마크 사업에 전액 재투자할 계획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회의를 마치며 "이날 제시된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부처들이 긴밀히 협력하여 기업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성과가 도출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휴머노이드에 2조 3000억 원, 피지컬 AI 실증에 2조 8000억 원을 합치면 5년간 5조 원이 넘는 규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첫 구매자'를 자처한 대목이다.

 

기술만 개발해놓고 판로가 없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2030년까지 로봇 5000대를 정부가 직접 구매해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국산 로봇의 초기 수요를 확보하는 실질적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다만 45%인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반도체·정밀모터 등 고난도 부품에서 실제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돌봄·국방처럼 안전과 직결된 분야까지 실증 대상에 포함된 만큼,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와 안전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실증 확대 속도만큼 빠르게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2개 사업 정비로 4조 원을 절감했다는 중소기업 지원 효율화 방안도, 통폐합 과정에서 실제 지원이 끊긴 영세기업이 없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