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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확산하는 가짜 K-브랜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국가인증상표의 권리자로 나선다. 지식재산처는 7일 민·관 협력으로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 개별 기업 대응의 한계… 정부가 상표권 직접 행사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위조상품의 확산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K-브랜드 위조상품 유통 규모는 11조 원으로 추산된다. K-브랜드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하거나, 한국 기업의 제품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이른바 '한류편승제품'까지 퍼지면서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핵심은 국제조약 형태로 전 세계에서 보호받는 지식재산권인 상표권을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인증상표의 권리자가 되어 기업과 함께 위조상품에 대응한다. 해외에서 국가인증상표가 위조되면 권리를 침해당한 한국 정부가 각국 법이 보호하는 범위에서 상표권을 적극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기업은 국가인증상표 사용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사용을 원하면 자사 제품에 부착할 수 있다.

 

◆ 휴대폰으로 정품 확인… 스캔 정보는 단속에 활용

 

국가인증상표에는 한국조폐공사가 화폐 제조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최신 정품인증기술을 적용해 위조를 어렵게 한다. 해외 소비자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휴대폰 카메라로 제품에 붙은 국가인증상표를 스캔해 정품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스캔 정보를 분석해 위조상품이 유통되는 지역을 파악하고, 현지 수사·집행기관과 연계해 단속에 활용한다.

 

◆ 31개 기업 참여 신청… 비용 지원·수출 혜택 연계

 

현재 삼양식품, 아모레퍼시픽, 한국인삼공사와 우수 중소기업 등 31개 기업이 참여를 신청했다. 국가인증상표를 쓰는 기업에는 정·가품 모니터링 시스템 이용 권한이 주어진다. 중소·중견기업에는 정품인증기술 도입 비용을 기업당 최대 2억 원까지 지원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험료 할인, KOTRA 수출박람회 참가 때 가점 부여, 한국무역협회 트레이드코리아 플랫폼 내 별도 판매관 입점 등 유관기관의 수출지원 사업도 연계한다.

 

◆ 홍보와 국제공조 강화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와 현지 단속도 함께 강화한다. 한류스타가 참여하는 홍보영상을 만들어 유튜브·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에 집중 송출하고, 해외 소비자가 국가인증상표 'K'를 직접 스캔해 정품을 확인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수사·단속 역량도 키운다. 지식재산처는 국제수사기관인 인터폴에 전문인력을 파견해 상습적이고 대규모로 K-브랜드 위조상품을 제조·유통하는 행위에 적극 대응한다. 해외 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위조상품에 대한 수사·단속·통관보류 등의 조치를 강화하도록 계속 요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 인증→소비자 정품 확인→위조상품 추적·국제공조 수사'로 이어지는 촘촘한 해외 보호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참여를 원하는 기업은 내달 10일까지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 참여신청 시스템(koipa.re.kr/k-brand)에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지식재산보호원(02-6196-2045, 2063∼4)에 문의하면 된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K-브랜드는 우리 기업만의 자산을 넘어 국민의 열정과 도전이 함께 만든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가짜 상품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고 K-브랜드가 세계 어디서나 믿고 선택받을 수 있게 정부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기자 코멘트]
정부가 상표권자로 직접 나서는 방식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해외 분쟁에 국가의 협상력을 얹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실효성은 몇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우선 '각국 법이 보호하는 범위에서' 권리를 행사한다는 단서가 붙은 만큼, 국가인증상표가 어느 나라에 어떤 범위로 등록·보호되는지가 핵심이다. 등록 국가와 현황이 공개되지 않았고, 이미 현지에서 상표가 선점된 경우를 어떻게 풀지도 알 수 없다. 이번 제도는 '국가인증상표'가 위조되는 경우를 겨냥하기 때문에, 제도 밖에서 한국 제품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한류편승제품까지 걸러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인증의 성격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인증한 상표는 '정품 확인'을 뜻하지만 소비자는 이를 품질 보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용 기업을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고, 인증상표를 단 제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누가 지는지 등 심사 기준과 사후관리 체계는 이번 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참여 기업은 31개로 대기업과 우수 중소기업 위주인데, 위조 피해가 큰 중소 수출기업에 얼마나 확산될지, 지원금 총액과 예산 규모가 얼마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스캔 정보를 분석해 위조상품 유통 지역을 파악한다는 대목은 개인정보 이슈와 맞닿아 있다. 소비자의 위치·기기 정보 등을 어디까지 수집하고 어떻게 보관하는지, 현지 수사기관에 어떤 정보가 제공되는지 기준을 밝혀야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목표 지표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위조 규모를 얼마나 줄이겠다는 것인지, 참여 기업과 스캔 이용 건수를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성과를 가늠할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지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식품·화장품 등 충청권 수출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청 마감(내달 10일)이 한 달가량 남아 있어 지역 기업의 정보 접근성이 관건이다. 앞서 산업부가 중소기업·대학의 기술유출 방어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브랜드 위조 대응이 나왔다. 지식재산 보호 정책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중소기업이 실제로 체감하는 지원이 되려면 현장 접수와 사후 지원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