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상조회사 등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의 건전한 선수금 운용 방향과 자율점검 체계를 담은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을 23일부터 시행한다.
소비자보호 지침은 할부거래법 제27조의3에 따라 법과 하위법령의 선불식 할부거래 관련 내용을 구체화하고 예시하는 문서다. 선불식 할부거래의 거래 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며 업자의 자율적 준수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정 지침은 먼저 선수금 운용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선수금을 운용할 때 앞으로의 재화 공급과 해약환급금 지급에 필요한 자금이 모자라지 않도록 안정성·유동성·수익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레버리지 금융상품 등 고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거나 지배주주 등에 과도한 이익을 주는 거래는 거래 전에 충분한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내부통제 규정도 신설됐다. 업자는 투자 심의절차와 위험관리 절차 등을 담은 선수금 운용지침을 마련하고, 회계연도별로 선수금 운용계획을 세워야 한다. 선수금이 1천억 원 이상인 업자는 운용의 안정성과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수금운용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이 위원회가 특수관계인 거래나 고위험자산 투자를 심의할 때는 할부거래법상 지급의무자 소속 임직원과 회계 등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공정위는 업자들이 개정 지침에 따라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준수를 당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수금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11조원 선수금, 사금고화 논란이 배경
상조업계 규모는 크다. MTN은 올해 1분기 기준 공정위 등록 상조업체가 71곳, 가입자가 1,110만 명, 총 선수금이 11조2,556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는 36곳으로, 이들의 선수금은 4조6,476억 원이다. 현행법상 선수금의 절반만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보전하면 되고 나머지 절반은 용도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가 공격적 마케팅과 외형 확장에 선수금을 쓴다는 지적이 나왔다(머니투데이 2월 보도). MTN은 업계 7위 업체가 가상자산 채굴 관련 레버리지 ETF에 595억 원을 투자해 83%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입법도 진행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배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본금의 50%로 제한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MTN 7월 보도). 이번 지침은 법 조문을 구체화하고 자율 준수를 유도하는 성격이어서, 업계가 얼마나 지키는지는 결국 공정위의 점검 방식에 달렸다. 간담회 위주의 당부 이후 위반 사례를 어떻게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할지가 지켜볼 대목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