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 전수조사 향후 조치 방향(자료=농림축산식품부)  ©

 

당정은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고,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관행적 위반은 농업인들이 불편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촌 현실을 반영해 농지 소유와 이용을 정상화·양성화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상황과 향후 조치계획에 대해 이같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는 투기성 농지를 가려내 농업인에게 돌려주고, 전국 농지 실태를 파악해 농촌 현실에 맞게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현재 행정정보와 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마치고 지난달부터 조사원의 현장 확인 중심으로 심층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 전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말까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농촌 현장의 일반적이고 경미한 위반과 중대한 투기적 위반을 구분해 처리할 계획이다.

 

◆ 허위 영농계획 지분취득, 진흥지역 불법전용은 법과 원칙대로

 

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소유하는 투기 행위는 농지법에 따라 조치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농업법인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하는 경우, 경매 등을 통해 농지 지분만 공유취득한 뒤 무단으로 경작을 쉬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도 해당한다.

 

국가가 식량안보를 위해 경지를 정리하고 기반시설을 설치한 지역인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비농업용 시설로 변경하거나 이용하는 불법 전용 행위도 농지법에 따라 조치한다. 야적장·야영장 등 농업과 관계없는 시설로 바꾸거나 이용하는 경우가 포함되며, 이때는 원상회복명령 등을 내릴 방침이다.

 

2021년 공공기관 직원의 농지 투기 사건 이후 농지 취득·관리 제도가 강화됐지만, 최근에도 개발 호재를 노리고 허위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지분 취득하는 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투기는 농업인의 농지 접근성과 안정적인 영농을 저해하고 농지 가격을 왜곡하는 만큼, 전수조사에서 적발되면 농지법에 따라 처분명령 부과 등 엄중하게 조치한다.

 

◆ 관행적 위반엔 자진 정비 기회… 농지은행 위탁 시 처분 유예

 

투기 목적이 아닌 농촌 현장의 위반에는 먼저 자진 정비 기회를 부여한다. 전수조사에서 휴경이나 임대차 위반이 확인되면 스스로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되는 방식으로 임대할 수 있도록 자진 정비기간을 운영한다. 기간 내 자진 정비가 어려운 소유자는 농지은행에 농지의 임대 또는 관리를 위탁하면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받을 수 있다. 농업인끼리 편의상 농지를 바꾸어 경작하거나, 마을 농지를 한 명의 임차인이 모아 경작하는 등 투기와 관계없이 이뤄진 관행적 임대차도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한다.

 

소유자가 불분명한 미등기 상속 농지는 행정청이 대리 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한다. 여러 사람이 공유한 농지도 투기 목적의 보유가 아니라면 지분 과반수를 가진 공유자들의 동의를 거쳐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특별 정비기간은 11월 15일까지 연장해 임차인 퇴거 등 현장 혼란에 대비한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조사기간 안에 농지은행에 위탁 임대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법상 임대차 위반으로 보지 않을 예정이다.

 

고령 농업인이나 상속·이농자가 휴경 중인 농지, 그 외에 직접 경작하기 어렵지만 매수 희망자가 없어 방치된 농지도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할 수 있다. 맹지나 경사지처럼 직접 경작하거나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농지는 농지은행이 신청을 받아 농지로 복구하거나 영농형 태양광 등 대안적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 1988년 이후 38년 만에 불법전용 양성화… 특별조치법 제정 추진

 

전수조사에서 불법 전용으로 확정된 경우에도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훼손 등 중대한 사항이 아니면 사후 양성화 기회를 부여한다. 이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추진되는 농지 불법 전용 양성화다. 기존에 전용 신고·허가를 거쳤다면 설치할 수 있었던 농업용·공공·기타 시설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법 상태에 놓인 경우에는 유형별로 사후 전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요건을 검토한 뒤 농지보전부담금을 부과하고 추인해 합법 상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사로 위장해 실내에서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발전에만 사용하는 등 법 위반 의도가 명백한 경우에는 시설을 본래 용도로 교정하도록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한다. 지목은 전·답이지만 장기간 임야화돼 실제 상태와 지목이 다르고 농지로 복구할 실익이 낮은 토지는 실제 현황에 맞게 지목을 변경하고 농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당정은 이 같은 정상화·양성화 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대상과 절차를 구체화한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한다. 국회·관계부처·이해관계자와 협의해 법률 세부 사항을 마련하고, 농업·농촌 현실과 농지제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도 병행할 계획이다. 농업 구조개혁과 농지시장 안정화를 위한 농지 매입과 농지연금 등의 사업 예산을 국회 심의 과정에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 조사결과 DB로 구축… 농지은행 역할 확대해 청년농 세대전환 지원

 

농식품부는 전수조사로 수집한 농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연계할 방침이다. 고령화·인구감소 등 농업 환경 변화에 맞춰 농지법상 임대차와 휴경 사유를 확대하고,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임차농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한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식량안보 목표 달성을 위한 적정농지 확보와 보전계획을 수립해 필요한 농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우량농지와 맹지·저활용농지의 생산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한다.

 

소규모 필지로 분산돼 기계화·규모화가 어려운 농지는 농지은행의 공공 매입·교환분합 사업 등을 통해 집적·규모화하고 공동영농을 활성화한다. 맹지나 경사지 등 농사가 어려운 농지는 영농형 태양광 등 대체소득 창출 방안을 검토해 농촌 활성화에 활용한다.

 

농지은행의 역할도 확대된다. 농지은행은 고령 농업인이 농사짓기 어려운 농지를 매입·수탁하고, 청년농에게 필요한 농지를 공급해 농업인의 세대 전환을 지원한다. 고령 농업인에게는 공공 매입, 농지은행 임대 위탁, 농지연금, 농지이양은퇴직불 등 농지 현금화·유동화 방안을 제공한다. 전수조사 이후 농지은행에 매도되거나 위탁된 농지 가운데 공적 활용이 가능한 농지는 복구·정비해 청년농과 귀농인의 농업 진입을 위해 공급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농지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어 농업·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선의의 농업인과 국민에게 불이익과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예정인 만큼 불안해하지 말고 조사원에게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자 코멘트]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투기'와 '관행'을 가르는 기준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명확하게 적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거짓 영농계획을 제출해 지분을 공유취득한 뒤 무단 휴경한 경우를 투기로, 마을 농지를 편의상 서로 바꿔 경작하거나 한 사람이 모아 경작하는 경우를 관행으로 구분했지만, 실제 조사 현장에서는 두 유형이 겹치거나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례가 상당수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는 애초 투기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더라도 조사 시점에는 형식적으로 농지은행에 임대를 위탁해 처분을 피해가는 '위장 관행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조사원의 현장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판단 기준의 통일성과 이의제기 절차의 투명성이 이번 정책의 공정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1988년 이후 38년 만에 불법전용을 양성화하기로 한 것도 파격적인 결정이다. 그동안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불법 상태에 놓였던 시설을 추인하는 방식은 현실과 괴리된 낡은 제도를 정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이번에 신고하면 봐준다"는 학습 효과가 향후 새로운 불법전용을 부추기는 역효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번 양성화가 '단 한 번의 특별 기회'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후에는 원칙적인 단속을 강화하는 병행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농지은행의 역할이 자진정비 유도, 세대전환 지원, 대체소득 창출까지 대폭 확대되는 만큼, 이를 감당할 인력과 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되는지도 함께 짚어야 할 대목이다. 특별조치법 제정과 농지법 개정이라는 입법 과제가 국회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되는지에 따라, 올해 말로 예정된 조사 결과 확정 이후 실제 정책 집행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향후 입법 논의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