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 손해배상 안내문(정보그림=국무조정실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 없이 국가 주도의 심의 절차를 거쳐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가 8일부터 시행된다. 국무조정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국가 주도 배상체계를 본격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 국가와 사업자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

 

법 시행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제도는 국가와 사업자가 함께 책임지는 손해배상체계로 바뀐다. 피해를 본 사람은 법원에 별도의 소송을 내지 않아도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 치료비·간병비부터 위자료·지연이자까지

 

배상 대상은 가습기살균제 건강 피해로 발생한 손해다. 치료비, 간병비, 장해·유족배상(일실수익), 장례비, 위자료, 지연이자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치료비는 일시금으로 받거나, 일부 금액을 먼저 받은 뒤 계속 수령하는 방식 중에서 고를 수 있다.

 

◆ 8일부터 내년 4월 7일까지 6개월간 신청

 

배상 심의 신청은 8일부터 내년 4월 7일까지 6개월간 받는다. 신청서와 증빙서류를 갖춰 심의위원회에 내면 된다. 가장 간편한 경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www.healthrelief.or.kr)이다. 오프라인 창구는 세종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 지원단(어진동, 콜센터 1833-9085)과 서울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배상 신청 접수 창구(불광동)에서 운영한다. 서울역 인근 피해자 소통공간에서도 신청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기존 피해자는 동의만으로 신청 간주… 심의위는 이달 중 구성

 

기존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는 온라인에서 기존 제출 서류를 활용하겠다는 동의 절차를 거치면 배상을 신청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도 소득자료, 진료기록자료 등은 추가로 낼 수 있다. 국무조정실은 심의위원회를 이달 중 구성해 이른 시일 안에 배상 심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가습기살균제 배상 심의위원회 지원단장은 "심의과정에서 피해자의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고, 피해자와 유족이 공정하고 온전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피해자가 입증 부담이 큰 민사 소송 대신 행정 절차로 배상받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제도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충분히' 배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자료에는 배상 금액 산정 기준과 항목별 상한, 심의 처리 기간이 담기지 않았다. 심의위원회가 이달 중 구성된다고만 했을 뿐 첫 심의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신청이 시작됐는데 결정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면 고령·중증 피해자에게는 불확실성이 크다.

 

신청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된 점도 짚어야 한다. 피해를 뒤늦게 알았거나 사망 피해자의 유족이 절차를 몰라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신청 기간이 끝난 뒤 접수나 이의 제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안내돼야 한다. 또 심의를 거친 배상 결정을 받아들이면 이후 별도 소송이 제한되는지, 결정에 불복할 때 구제 절차가 무엇인지는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기존 피해자가 '동의'만으로 신청한 것으로 간주되는 편의가 어떤 법적 효과를 동반하는지도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

 

'국가와 사업자가 함께 책임진다'는 구조에서는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사업자의 부담 몫이 어떻게 정해지고, 사업자가 책임을 이행하지 못할 때 국가가 어디까지 보전하는지가 자료에는 없다. 앞서 보도된 전세사기특별법 시행령의 '선지급-후정산'처럼 먼저 지급하고 사후 정산하는 구조가 이번 치료비 '일부 선수령'에도 쓰인다면, 정산 방식과 피해자의 상환 부담 여부까지 명확히 해야 한다.

 

접근성도 숙제다. 대면 창구는 세종과 서울에 있고 주 경로는 온라인 포털이다. 호흡기 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디지털 이용이 어려운 피해자가 많다면, 지방 거주 피해자에 대한 방문 상담이나 대리 신청 지원이 필요하다. 충청권 피해자에게는 세종 지원단이 가까운 창구가 될 수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 발굴 때와 마찬가지로 대상자를 먼저 찾아 알리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