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교제폭력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교제관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지배·통제 행위 9가지 유형을 스토킹행위에 추가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 10월 26일 발의됐고 의안번호는 제22073호다. 법무부는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국회 논의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폭행·상해에 이르지 않아 개입이 어려웠던 관계 지배·통제 행위에도 초기 단계부터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 이런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스토킹범죄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스토킹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사·처벌이 이어질 수 있다.
◆ 추진 배경: 폭력 이전의 통제 행위
법무부는 교제폭력이 위치 확인, 휴대전화 열람, 가족·친구와의 만남 차단 같은 지배·통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행위는 반복되면서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부 행위는 현행법상 스토킹행위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고 폭행·상해 같은 개별 범죄에도 해당하지 않아 수사기관이 개입하거나 보호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별 후 반복적인 관계 재개 요구는 폭행·협박이 없으면 강요죄로 처벌하기 어렵고, 상대 몰래 위치추적 장치를 붙이는 행위만으로는 처벌 근거가 없다는 점도 법무부가 든 공백이다.
법무부는 올해 3월 남양주에서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받던 가해자가 피해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최근 서울 송파구와 제주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중대 범죄가 이어진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 추가되는 유형
법무부가 밝힌 유형은 관계의 형성·유지·재개를 강요하는 행위, 동의 없이 위치추적 장치나 프로그램을 설치·운용하는 행위, "지켜보고 있다"며 감시를 알리는 행위, 정보 제공을 강요하거나 권한 없이 SNS 계정 등에 접근해 정보를 열람·취득하는 행위, 직장·학교 등에 상대방의 허위사실이나 사생활을 퍼뜨리거나 예고하는 행위, 교제 중 알게 된 사생활·개인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알리는 행위, 피해자나 가족 등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가하거나 예고하는 행위, 상대가 기르는 반려동물을 해치거나 해치겠다고 알리는 행위, 위계·위력으로 가족·친구·동료와의 교류를 제한·차단하는 행위다. 법무부는 이런 행위가 상대의 의사에 반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기존 스토킹행위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 달라지는 점과 향후 계획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같은 현행 스토킹처벌법 피해자 보호 수단을 교제폭력의 초기 위험 단계에서부터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다. 가족·지인·반려동물에 대한 위협처럼 간접적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행위도 규율 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법무부·성평등가족부·공소청·경찰청이 꾸린 관계부처 전담팀을 총괄했다. 7월 13일 발표한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에는 교제폭력 처벌·피해자 보호 법제화를 핵심 과제로 넣었다. 법무부는 개정법이 시행 즉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공소청·경찰청과 수사 및 잠정조치 관련 실무 기준을 정비하고, 성평등가족부 등과 피해자 지원 체계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쟁점은 '어느 법에, 어떤 범위로'
이번 개정안은 교제폭력을 따로 정의하지 않고 스토킹행위 유형을 늘리는 방식이다. 교제폭력 신고는 지난해 10만 5327건으로 전년(8만 8394건)보다 19.2% 늘었고, 지난해 살인 범죄 669건 중 140건(20.9%)에서 여성폭력이 선행했다(경찰청 통계, 헤럴드경제 5월 17일·뉴시스 7월 13일 보도). 국회에는 교제폭력 특례법 제정안 4건과 가정폭력처벌법 전부개정안 3건이 계류 중이고, 이 중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간 2건은 2년 넘게 처리되지 않았다(시대 10월 20일 보도).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세 법 중 어느 법을 적용할지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은 가정폭력처벌법을 확대하는 별도 입법을 예고했다. 법무부안이 교제관계 범위, 지속·반복 요건의 판단 기준, 다른 계류 법안과의 정리를 어떻게 풀지가 정기국회 논의에서 지켜볼 대목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