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도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주요 사업 추진방향(자료=보건복지부)  ©

 

정부가 내년 1조2614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집행해 지방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추진 역량과 책임성을 높이고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나선다. 동시에 내년부터 의료취약지 의원에는 인공지능(AI) 진료 지원을 제공하고, 섬·산간 지역에는 AI 기반 재택협진을 도입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인공지능 기술로 메우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서울 국제전자센터 대회의실에서 제4차 '지역·필수·공공의료 추진전략 중앙·지방 협의체' 회의를 열고 2027년도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 주재로 16개 시·도 보건국장과 권역책임의료기관 공공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협의체는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지난 3월 출범한 임시 기구로, 특별법 시행 전까지 복지부와 시·도,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지역필수의료 현안을 논의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해당 특별법은 내년 3월 11일부터,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는 내년 1월 1일부터 각각 시행된다.

◆ 특별회계 1조2614억 편성… 지방정부 자율 기획에 성과평가 연동

2027년 신설되는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정부예산안은 신규 사업 3689억 원과 기존 관련 사업 이관액 8925억 원을 더해 총 1조2614억 원 규모로 짜였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인 '지역주도 의료공백 해소 지원사업'에는 3605억 원이 투입된다. 중앙정부가 시·도별 예산과 기본 방향을 제시하면 지방정부가 지역 상황을 스스로 진단해 맞춤형 사업을 기획·집행하고, 중앙정부는 그 계획의 충실성과 추진 성과를 평가해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방정부가 사업 설계 단계부터 재량을 갖되 성과에 따라 지원이 갈리는 구조를 통해 정책 추진 역량과 책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국립대병원 등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의 임상역량과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사업에는 2551억 원이 편성됐다. 전년보다 1397억 원 늘어난 규모로, 필수진료과 신규 채용과 장기 재직 교수진에 대한 보상 강화, 지역별 특화 분야 육성, 임상데이터 연결과 AI 기반 확충, 지역필수의료 협력체계 구축 등에 쓰인다.

◆ 일차의료 AI 패키지·AI 재택협진… 공공병원엔 'AI 고속도로'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8월 발표된 'AI 기본의료 전략'의 3대 전략과 12대 정책과제 추진체계도 공유됐으며, 시·도 및 지역 공공병원과의 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의료취약지 소재 의원에는 진료 보조와 건강관리,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일차의료 AI 패키지'가 보급된다. 의료진이 부족한 섬·산간 지역에는 방문간호사가 AI 분석 결과를 토대로 원격지 의사와 비대면으로 협진하는 'AI 기반 재택협진'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여기에 더해 전국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 72곳을 국가 고성능 연산장치(GPU) 기반의 '공공의료 AI 플랫폼'에 연결하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도 구축된다. 고가의 AI 인프라를 공공병원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앙집중형 통합 시스템을 마련해, 지역 공공병원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의 AI 의료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나온 시·도와 권역책임의료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 추진계획을 구체화하고, 국회 예산심의를 거쳐 2027년도 예산안이 확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이번 대책의 핵심은 예산 규모보다 '지방정부 자율 기획-중앙정부 성과평가'라는 집행 방식에 있다. 중앙정부가 방향만 제시하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사업을 설계하도록 한 구조는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기획 역량과 행정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성과평가에서 불리해지고 그 결과 지원 격차가 더 벌어질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애초에 이 특별회계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목표로 출범한 만큼, 성과평가 기준을 설계할 때 이런 지자체별 여건 차이를 얼마나 보정하는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 의료 지원책 역시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실행 단계에서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섬·산간 지역의 'AI 기반 재택협진'은 방문간호사가 현장에서 AI 분석 결과를 원격지 의사에게 전달하는 구조인데, 통신 인프라가 취약한 도서·산간 지역의 특성상 데이터 전송 안정성과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응 속도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검증돼야 할 과제로 남는다. 또 '공공의료 AI 고속도로'가 전국 72곳의 책임의료기관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방식인 만큼, 초기 도입 단계에서 지역별 준비 수준 차이에 따라 서비스 체감 시점이 크게 엇갈릴 가능성도 있어 단계적 확충 계획이 얼마나 촘촘하게 마련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 특별회계와 관련 특별법이 각각 내년 1월, 3월에 시행을 앞두고 있어 예산 집행과 법적 근거 마련 사이에 두 달가량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기간 사업이 임시 협의체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법 시행 전까지 각 지자체의 사업 기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총액이나 사업별 배분이 변경될 경우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사전 대비도 함께 준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