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시민소통 플랫폼 ‘대전시소’ 재가동 및 시민제안 기능 도입

▲ 대전시소 안내문 (사진: 대전시)

 

대전시가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 시민 참여 플랫폼 '대전시소'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고 시민주권을 구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본격 추진에 나선다.

 

대전시소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대표 시민소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시민 제안이 정책에 반영된 성과가 부족하고 참여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는 이를 보완해 시민 의견을 체계적으로 모으고 정책에 실제로 반영하기 위해 ▲홍보 강화 ▲참여 확대 ▲편의성 개선 ▲연계 활용 등 4대 전략과 10대 핵심과제를 마련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국 최초로 도입하는 시민제안 공동 작성 기능 '제안 다듬기'다. 위키(Wiki) 방식으로, 공감이 10개에 못 미쳐 묻혀 버리던 아이디어를 시민 집단지성으로 살려 내는 것이 목적이다. 시민은 누구나 기존 제안에 관련 자료와 개선 방안을 덧붙일 수 있다. 이렇게 보완된 제안이 공감 요건인 10개를 채우면 담당 부서의 검토와 공식 답변을 받는다

.

시민 제안이 예산과 정책으로 이어지는 통로도 넓힌다. 시는 공약사항인 '시민제안·주민참여예산 연계'에 따라 대전시소 우수 제안, 정책성 공모 선정작, 100명 이상 공감을 얻은 제안을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검토·심사 대상으로 연계한다. 이를 통해 시민 아이디어를 실제 시정 사업으로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의제 발굴 방식도 바뀐다. 그동안 대전시소의 의제는 개별 부서의 협조 요청에 따라 다뤄져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이번에는 시민 생활과 직결된 주요 공약사항을 시가 먼저 발굴해 온라인 소통 코너 「대전시가 묻습니다」에서 폭넓게 의견을 모은다. 설문 결과는 담당 부서에 전달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한다.

 

김기환 대전시 행정자치국장은 "시민의 목소리가 단순한 제안에 머무르지 않고 주민참여예산과 시정사업으로 구체화될 때 진정한 시민주권이 실현된다"며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집단지성 공동작성 방식과 체계적인 예산 연계를 발판 삼아 대전시소를 시민 일상을 바꾸는 대표 숙의민주주의 플랫폼으로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기자 코멘트]
이번 계획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성패는 '연계'가 얼마나 구속력을 갖는지에 달렸다. 시가 밝힌 것은 100명 이상 공감 제안 등을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검토 및 심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지, 채택을 약속한 것이 아니다. 심사 대상이 된 제안 중 몇 건이 실제 예산에 반영되는지, 반영 비율과 규모를 해마다 공개하지 않으면 '정책 반영 성과 부족'이라는 기존 한계는 그대로 남을 수 있다. 계획에는 별도의 성과 목표(KPI)나 예산 규모도 제시되지 않았다.

 

'제안 다듬기'는 참신하지만 운영 설계가 관건이다. 누구나 제안을 고칠 수 있는 위키 방식은 원제안자의 의도가 훼손되거나 특정 집단이 제안을 왜곡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수정 이력의 투명한 관리, 원제안자 동의와 승인 절차, 악의적 편집 차단 장치가 필요하다. 또 보완 뒤 공감 10개를 채워야 답변을 받는 구조여서, 공감 10개라는 문턱 자체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보완 이전의 공감이 이어지는지, 공동 작성에 참여한 시민의 공감이 어떻게 집계되는지 등 세부 규칙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대전시가 묻습니다」 역시 활용 방식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공약 이행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질문 설계와 응답자 대표성에 따라 이미 정해진 방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설문 결과를 담당 부서에 '피드백하여 반영한다'고만 했을 뿐, 반영 여부와 이유를 시민에게 되돌려 알리는 절차는 보이지 않는다. 10대 핵심과제 가운데 이번에 공개된 것도 일부에 그친다.

 

앞서 대전시가 온통대전 2.0의 한 달 성과를 발표한 것처럼, 시가 내놓는 시민 참여·소비 정책이 숫자를 넘어 '실제 정책 변화'로 평가받으려면 결과 공개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민선 9기 100일의 선언이 임기 내내 이어지는 제도가 될지, 이후 제안 건수와 예산 반영 실적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