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을 받아 고소작업차를 교체한 사업주가 사후관리기간 안에 해당 차량을 양도했더라도, 보조결정을 취소하려면 제도의 취지와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재결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사후관리기간을 약 2개월여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업주 ㄱ씨에게 한 보조결정 취소처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기공사업을 하던 ㄱ씨는 2021년께 정부의 안전투자 혁신사업에 참여해 공단으로부터 보조금 7,700만 원을 받아 노후 고소작업차를 안전 인증을 받은 고소작업차로 교체해 사용해 왔다. 안전투자 혁신사업은 구조적으로 위험한 기계·기구를 교체하거나 위험공정을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 일부를 지원해 노동자 안전을 확보하고 중소 규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공단은 고소작업차의 사후관리기간이 투자완료 확인 다음 해부터 3년인데, ㄱ씨가 2024년 10월 18일 차량을 양도한 사실을 확인하고 보조결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ㄱ씨는 보조금 7,700만 원 전액을 반환해야 하고, 향후 3년간 공단의 모든 재정지원 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됐다. ㄱ씨는 3년 이상 지원 취지에 맞게 차량을 운용·관리했고 재정적 손실과 사업상 불이익이 크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 "기산점 따라 사후관리기간 최대 10개월 차이"
중앙행심위는 ㄱ씨가 사후관리기간을 지키지 못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지키지 못한 기간이 약 2개월여에 불과하고 투자완료 확인 다음 날부터 따지면 3년을 충족하는 점을 고려했다. 규정이 기산점을 '투자완료 확인 다음 해부터'로 정하고 있어, 사업주별 투자완료 확인 시점에 따라 사후관리기간이 3년 1개월에서 3년 11개월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중앙행심위는 이를 종합해 ㄱ씨의 위반이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조소영 중앙행심위원장은 "노후·위험 기계의 교체를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정부 지원사업이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며 "다만 위반의 경위나 정도를 고려해 대상자에게 지나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이번 재결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환수 강화 기조 속 '비례성' 기준
공단은 올해 4월 산재예방사업 개편안을 내놓으며 부정수급 적발 시 지원금의 최대 5배 환수와 형사고발, 사후관리 강화를 밝혔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개편에는 폐업 사업장 보조금 환수 체계 구축도 포함됐다. 환수와 점검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재결은 부정수급이 아닌 사후관리기간 위반에 대해 위반 기간과 경위를 따져 처분의 수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이번 재결은 개별 사건 판단이어서 다른 사건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기산점 규정이 사업주별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공단이 이를 제도에서 어떻게 반영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