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자동차 화재안심보험 개요(자료=기후에너지환경부)  ©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전기차 화재 피해자들이 내달부터 최대 150억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차 화재로 인한 차주의 불안을 해소하고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화재안심보험'을 다음 달 1일부터 도입한다고 30일 밝혔다. 차주가 별도로 가입하거나 비용을 부담할 필요 없이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핵심이다.

 


 

사고당 최대 150억·연간 450억 원…제3자 피해보상 한도 대폭 확대

이번 보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제3자 피해보상 규모의 파격적 확대다. 주차·충전 중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변 차량이나 건물에 피해를 줄 경우, 한 번의 사고당 최대 150억 원, 연간 최대 450억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처럼 대규모 연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됐다.

 


 

원인 불명 화재도 보상…10년 이내 전기차 전면 적용

그동안 전기차 화재의 가장 큰 문제는 명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사실상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번 제도는 이 맹점을 정면으로 해소한다. 최초 차량 등록일 기준 만 10년이 지나지 않은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원인과 관계없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원인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기차 화재의 특성을 고려해 피해자에게 먼저 보상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보험사가 정산하는 선지급 방식도 도입했다. 긴 조사 기간을 기다리다 생활고에 빠지는 피해자의 현실적 고충을 반영한 조치다.

 


 

연간 보험료 60억 원…정부 20억 선지원, 나머지는 제작·수입사 분담

보험 운영 비용은 연간 총 60억 원 규모다. 정부가 예산 20억 원을 선제 지원하고, 잔여 40억 원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종을 판매하는 제작·수입사 중 참여기업들이 분담하는 구조다. 보험 운영은 지난 4월 선정된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 3개사가 맡는다.

 

보험 혜택은 참여기업이 국내에서 판매한 전기차 중 최초 등록일 기준 만 10년 이내 모든 차량에 적용된다. 참여기업 명단과 구체적 약관은 내달 1일부터 무공해차 통합누리집(ev.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선화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전기자동차 화재안심보험의 출범으로 화재 피해에 대한 견고한 대응체계가 즉각 가동된다"며 "민관이 협력해 안전한 전기차 이용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자 코멘트]

원인 불명 화재까지 보상하는 이번 제도는 그동안 전기차 화재 피해자들이 겪어온 법적·경제적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인 진전이다. 특히 선지급 방식 도입은 장기 조사로 인해 수개월씩 보상이 지연되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피해자 입장에서 체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현실적 과제도 짚어야 한다. 연간 총 60억 원이라는 보험료 규모가 실제 발생 가능한 피해 규모에 비례한 적정 수준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지하주차장 한 동의 차량이 수십 대 소실된 최근 사례를 감안하면, 사고당 150억 원이라는 한도도 초대형 복합피해 시에는 불충분할 수 있다.

 

보험 운영 현황을 반기별로 공개하고 피해 규모 추세에 따라 보상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재검토 메커니즘을 제도 설계 단계부터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남 지역에서는 천안·아산의 전기차 관련 부품 제조 기업들이 이번 보험 시행으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고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될 경우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동시에 충남도와 각 시군의 공공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리 부서는 이번 보험 대상 및 적용 범위를 숙지해 화재 발생 시 피해 주민에 대한 신속한 보험 안내 체계를 갖춰 놓을 필요가 있다. 보험이 존재해도 피해자가 보상 경로를 모른다면 제도의 의미가 반감된다.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