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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공정거래법 개정 입법 과제(자료=공정거래위원회) © |
안전·에너지·환경·운송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17개 업종에서 5년 이내 2회 이상 담합한 사업자에 대한 등록취소·영업정지 도입이 추진된다. 담합 처분시효는 현행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고, 교육청의 입찰정보를 활용한 담합 감시도 강화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반복·고질적인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담합 억지력 강화, 담합 적발률 제고, 시정조치 실효성 제고 등 3개 분야의 5개 입법과제를 패키지로 추진하기로 했다.
◆ 5년 내 2회 이상 담합하면 등록취소·영업정지
먼저 반복적으로 담합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담합 사례가 자주 발생한 민생 밀접 분야 17개 업종을 대상으로 5년 이내 2회 이상 담합한 사업자가 개별법에 따라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 개정을 추진한다. 대상은 의약품 제조업과 소방시설업 등 안전·생명 분야, 석유 정제·판매업 등 에너지·산업 분야, 폐기물처리업 등 환경 분야, 여객·화물 운송업 등 운송 분야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에 따라 반복 담합 사업자를 적발해 관계 부처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등을 요청하면, 관계 부처가 개별법에 따라 해당 사업자에 대한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처분시효 15년으로, 교육청 입찰정보도 시스템 연계 의무화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할 수 있도록 담합 처분시효도 연장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담합 처분시효는 최대 12년인데, 당정은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담합의 처분시효를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 전체 처분시효를 최대 15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교육 분야의 공공입찰 담합 감시도 강화한다. 공정위가 운영하는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에 교육청을 의무정보 제공 협조기관으로 명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나라장터의 교육청 발주 입찰정보는 올해 4월부터 조달청의 임의 협조를 통해 BRIAS에 연계하고 있으나, 안정적인 자료 협조를 위해 이를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다.
◆ 가격재결정명령 명문화, 자진신고자 시정조치 감면은 폐지
담합으로 왜곡된 시장가격을 바로잡기 위한 시정조치의 법적 근거도 강화한다.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의 한 유형으로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의 가격재결정명령'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현재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그밖에 필요한 시정조치'를 근거로 가격재결정명령을 부과하고 있으나, 담합 사업자의 책임 있는 가격 재결정과 이행점검을 위해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담합 자진신고 사업자에 대한 감면 혜택도 개편한다. 과징금과 고발 감면 혜택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시정조치 감면 혜택은 부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 가격재결정명령과 같은 시정조치가 담합 가담자 모두에게 적용돼야 담합으로 왜곡된 시장질서를 회복하는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정은 이번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 개정안을 즉시 발의하고 신속한 입법을 위해 협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복·고질적인 담합을 확실히 걷어내 국민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기자 코멘트]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자진신고 감면 제도의 일부 축소다. 그동안 담합 자진신고(리니언시) 제도는 과징금과 고발뿐 아니라 시정조치까지 폭넓게 감면해주면서, 가격재결정명령 같은 시장 정상화 조치가 정작 자진신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구조가 온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허점이 있었다. 이번에 시정조치 감면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이런 제도적 공백을 메우는 조치로, 자진신고 유인은 유지하면서도 시장질서 회복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려는 균형 잡힌 접근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17개 업종에 등록취소·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는 만큼, 개별법 개정 과정에서 부처별 이해관계 조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약품 제조업이나 여객·화물 운송업처럼 등록취소·영업정지가 곧바로 서비스 공급 중단이나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업종의 경우, 담합 제재의 실효성과 공공서비스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세부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
처분시효를 15년으로 늘린 것 역시 은폐된 담합을 뒤늦게라도 적발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 것이지만, 지나치게 오래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실제 증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형식적 시효 연장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 조사 역량 강화도 함께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