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약분업 원칙을 어기고 비만치료 자가주사제를 병원 안에서 직접 조제·판매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선다. 복지부는 22일 일부 의료기관의 원내 판매 문제가 제기돼 불법 원내 조제·판매 근절을 위해 직접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원내 조제·판매가 의심되는 전국 공급량 상위 의료기관이다.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의약분업 원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이 드러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조사 이후에도 의료기관별 공급량을 계속 점검하고 위반 여부를 관리·감독한다는 방침이다.
◆ "주사하지 않고 판매" 급증…예외 요건은 '주사 교육'
자가주사제는 환자가 스스로 투여하도록 만들어진 전문의약품이다. 약사법상 의사 처방에 따라 약사의 조제를 거쳐 환자에게 쓰여야 한다. 다만 환자에게 주사 방법을 교육하려고 의료기관에서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는 의약분업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
복지부는 그동안 교육 목적 등으로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에 한해 의료기관의 조제·판매가 가능하다고 안내해 왔다. 그러나 환자에게 주사하지 않으면서 상당량을 직접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다.
이 문제는 올해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에도 의료기관과 지자체에 자가주사제는 원칙적으로 원외처방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고 데일리팜이 보도한 바 있다. 약사법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공문에 담겼다. 이번 조사는 안내 중심이던 대응이 현장 조사로 한 단계 넘어가는 조치다.
◆ 병·의원 공급 비중 과반…조사 기준과 범위가 관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데일리팜 10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위고비는 병·의원 공급 비중이 62%, 마운자로는 56%였다. 약국 공급은 각각 38%, 44%였다. 위고비는 2024년 10월부터 올해 7월,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의 공급량 기준이다. 병·의원 공급량에는 정상적으로 주사한 물량도 포함되므로 이 비중이 곧 불법 판매 규모는 아니다. 같은 보도는 복지부가 공문 이후 실태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비만치료 자가주사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수요가 의약분업 원칙을 벗어난 불법적인 의약품 판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분업 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과 시기, 판정 기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주사한 경우'와 '판매만 한 경우'를 가르는 확인 방식과, 공급량 상위 기관을 어디까지 대상으로 삼을지가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