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공사비 산정과 조합 운영 과정에서 벌어지는 위법·부당행위를 근절하고 조합원 피해를 막기 위해 오는 10월 19일부터 관계기관 합동 특별현장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공사비를 과도하게 산정하거나 증액한 사례가 이어지고, 법으로 정한 공사비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구역이 적지 않아 조합원 부담이 커지고 사업이 지연된다고 보고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 시공자 선정 568곳 전수조사…138곳이 검증 안 했다
국토부는 점검에 앞서 지방정부와 함께 8월 27일부터 9월 22일까지 전국 정비사업장을 전수조사했다.
대상은 시공자를 이미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568곳이다.
이 가운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의2에 따라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구역이 138곳으로 확인됐다.
특별점검 대상은 138곳 중에서 골랐다.
지방정부의 신청과 전수조사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16개 사업장을 선정했고, 이들을 두 차례에 나눠 점검한다. 1차 점검은 10월 19일부터 30일까지, 2차 점검은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다.
◆ 국토부·부동산원·외부전문가 역할 분담
점검은 국토부, 지방정부, 한국부동산원이 합동으로 한다.
국토부는 점검계획 수립과 총괄·조정, 결과 취합·발표를 맡는다.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산출내역이 적정한지, 공사비 증액 사유와 산정내역이 타당한지, 법령과 조합규약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한다.
외부전문가는 조합 운영, 예산 집행, 용역 방법, 계약, 절차 전반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 위반 시 시정명령…중대 혐의는 수사 의뢰
점검에서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명령이나 행정지도로 바로잡는다.
횡령·배임·사기 등 중대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의뢰한다.
점검 결과는 해당 조합원에게 제공하고, 유형별 주요 위반사례는 전국 조합에 배포한다.
배포한 사례는 조합임원 교육자료로도 쓴다.
특별점검에서 빠진 나머지 138곳 사업장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지방정부가 개별 조합에 공사비 검증을 이행하도록 행정지도를 한다.
윤영중 국토교통부 주택정비정책관은 "조합과 시공자 간 공사비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점검으로 조합원 피해를 방지하고 공사비 계약과정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분쟁이 해소돼 정비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자 코멘트]
이번 점검의 의미는 '공사비 분쟁'을 개별 조합과 시공사 간 문제에서 제도 이행의 문제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시공자까지 선정한 568곳 가운데 138곳, 기자가 환산하면 약 24.3%가 법정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네 곳 중 한 곳꼴로 의무 절차를 건너뛰었다면 일부 조합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 안착 자체가 덜 된 것으로 봐야 한다.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현장점검 대상은 16곳으로, 기자 환산 기준 미이행 138곳의 약 11.6%, 전체 568곳의 약 2.8%다.
나머지 122곳은 행정지도로 검증 이행을 권고하는 데 그친다.
행정지도의 구속력과 이행 시한, 불이행 때 제재가 보도자료에 나와 있지 않아 '사실상 권고'에 머물 수 있다. 16곳을 어떤 기준으로 골랐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지방정부 신청과 전수조사 분석이라는 설명만 있고, 증액 폭이 큰 곳인지 분쟁이 심한 곳인지 알 수 없다.
공사비 증액이 모두 위법·부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
자재비와 인건비, 금리 상승으로 설계 변경과 증액이 불가피했던 사업장도 많다.
부동산원이 증액 '사유'와 '산정내역'을 따지는 만큼, 시공사의 과다 청구와 조합의 부실한 계약 관리, 불가피한 원가 상승을 구분하는 기준이 결과 신뢰도를 좌우한다.
위반 시 시정명령과 행정지도, 중대 혐의의 수사 의뢰까지만 제시됐고 과태료 등 구체적 제재 수위는 나오지 않았다.
조합원 피해 구제와 공급 속도 사이의 균형도 과제다.
점검 결과가 조합원에게 제공되는 것은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장치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점검 과정이 길어지면 사업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윤 정책관이 '분쟁 해소를 통한 신속한 추진'을 기대한다고 한 만큼, 점검 후 후속 절차가 얼마나 빨리 마무리되는지가 관건이다.
충청권 독자가 알고 싶은 대목은 16곳 가운데 대전·세종·충남·충북 사업장이 포함됐는지인데, 지역별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본지가 앞서 다룬 규제 합리화와 검증 약화 논란, 천안·아산 도시·주택 협력 논의, 대전·세종 주택 현안과도 이어지는 사안이다.
지자체별 미이행 구역 수와 점검 대상 명단이 공개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