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 주요 개정 내용.(자료=법무부)  ©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노동권은 지키지 않은 사업주들에게 제동이 걸린다. 법무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임금체불·노동안전 법령을 위반한 고용주의 외국인 초청을 제한하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17조의3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전남 나주시에서 발생한 외국인근로자(E-9) 지게차 사건이 그 출발점이다. 사건 이후 지난해 9월 2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대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했고, 이번 시행규칙 개정은 그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그동안 제도적 공백이 있었다는 점이 이번 개정의 배경이다. 현행 규정은 외국인 근로자 초청 제한 요건을 '금고 이상의 형'에 한정하고 있어, 정작 임금체불이나 노동안전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고용주에게는 초청 제한을 적용하기 어려운 입법 미비가 있었다.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임금체불 사건의 특성상, 이런 사각지대는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가 또다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길을 열어둔 셈이었다.

 

개정안은 이런 공백을 메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고용주 중, 근로기준법 제43조의2에 따라 체불임금사업주로 명단이 공개 중인 경우 그 공개 기간인 3년 동안 외국인 근로자 초청이 제한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별도 기준을 뒀다. 금고 이상의 형이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거나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고용주는 법 위반의 중대성과 피해결과에 따라 1년에서 3년까지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제한된다.

 

다만 일률적인 제재로 그치지 않도록 형평성을 고려한 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초청 제한 기간 안에서도 고용주의 법 위반 정도, 재범 위험성, 피해 회복 노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한 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예외 적용 조문을 둔 것이다. 단순히 처벌 수위만으로 일괄 적용하는 대신, 개별 사안의 구체적 맥락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입법예고안은 법무부 누리집(www.moj.go.kr)이나 대한민국 전자관보(gwanbo.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일반우편이나 전자우편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은 법 위반 고용주에게 단순히 제재할 목적이 아니라, 그동안 입법 미비에 따른 제도적 공백을 해소해 외국인 근로자를 폭행, 상습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위험으로부터 두텁게 보호하고, 사업주의 임금 지급과 안전조치 의무이행을 유도해 국민과 외국인 모두에게 더욱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자 코멘트]
충남은 천안·아산의 제조업 협력업체와 서산·당진의 석유화학·철강 산업, 논산·예산·홍성 등의 농축산업까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두루 갖춘 지역이다. 

 

특히 영세 제조업체와 소규모 건설현장은 앞서 보도된 대지급금 부정수급 사례에서 보듯 임금체불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충남의 산업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도내 일부 사업장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작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들이 실직 위험에 내몰릴 수 있다는 이중적 과제도 함께 따라온다.

 

따라서 충남도와 고용노동지청은 이번 제도 시행을 계기로 두 가지 방향의 대응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도내 외국인 근로자 다수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임금 지급과 산업안전 의무 이행 현황을 사전 점검해, 사업주들이 고용 제한이라는 불이익을 받기 전에 스스로 법규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예방적 컨설팅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만약 사업주가 고용 제한 대상이 되어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자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해당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충남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등을 통한 신속한 연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제재 강화가 외국인 근로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이들을 더 취약한 처지로 내몰지 않도록, 제도 시행과 함께 현장 지원 체계를 촘촘히 보완하는 것이 충남 지역 차원에서 풀어야 할 다음 과제다.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