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7년 농식품부 예산안(정보그림=농림축산식품부) © |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도 예산이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로 늘어난다. 농식품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10.4% 늘어난 22조 2215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농지관리·농산물가격안정·FTA·축산발전 4개 기금의 누적 채무 3조 1000억 원 상환분까지 포함하면 예산 규모는 전년 대비 25.7%(5조 1719억 원) 늘어난 25조 3081억 원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이번 예산안이 이재명 정부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농정 대전환', '균형성장과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농촌' 등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방향은 공익직불금 3조 원 시대 진입과 가격안정제 도입으로 국가 책임형 안전망을 확충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등으로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농촌을 만든다는 것이다.
◆ 국가 책임형 안전망 확충…공익직불 3조 원 시대, 가격안정제 첫 도입
농업인의 소득 기반을 뒷받침하는 공익직불 예산이 2조 9703억 원에서 3조 615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선다.
비진흥지역 밭의 지급단가를 논 수준으로 올려 논·밭 간 격차를 없애고, 전략작물직불은 지원을 4196억 원에서 4568억 원으로 확대하며 쌀 과잉 시 대체 작물로 활용 가능한 녹비 품목도 새로 도입(3000ha, ha당 150만 원)한다. 친환경농업직불(407억→641억 원)과 친환경축산직불도 확대되고, 산란계·양돈 농가 대상 동물복지축산직불이 34억 원 규모로 시범 도입된다.
농산물 가격 급락에 대응하는 안전장치도 처음 마련된다. 주요 농산물의 평균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을 때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91억 원 규모로 신설된다.
저금리 정책자금 이차보전(6077억 원)과 사료원료구매자금(1000억→1500억 원) 지원도 이어지며, 공공형 계절노동은 130곳에서 200곳으로, 농업 노동자 기숙사는 10곳이 추가된다.
이상기후와 가축전염병 대응 예산도 늘어난다. 농업재해보험 지원은 7769억 원에서 8313억 원으로 확대되고, 보험 사각지대를 메울 농작물준보험이 77억 원 규모로 신설된다.
농업인 안전재해보험 보장 수준은 956억 원에서 1228억 원으로 산재보험 수준까지 높아진다. 중국 등 주변국에서 발생한 SAT1형 구제역에 대비해 백신을 선제 확보(440억 원)하고, 방역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패키지 사업도 지원(78억 원)한다.
청년농 지원도 강화된다. 예비농업인을 위한 (가칭) 청년농업학교가 1150명, 90억 원 규모로 신설되고, 영농정착지원금(월 최대 110만 원, 총 1065억 원)과 후계농육성자금(융자규모 1조 원→1조 1300억 원)이 늘어난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 등을 통한 농지 공급도 5230ha에서 6800ha로 확대(1조 8077억 원→2조 2617억 원)된다.
◆ 공동영농·스마트 유통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
고령화와 인력 감소에 대응해 공동영농법인을 규모화의 핵심 주체로 육성하며 관련 지원을 6곳에서 36곳으로, 26억 원에서 228억 원으로 늘린다.
비료·사료·전기 등 필수농자재 수급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내년 12월 필수농자재법 시행에 맞춰 마련(12억 원)되고, 비료 원료구매자금도 2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드론·위성 활용 농업관측 고도화(192억→209억 원), 배추·사과 등 주요 채소·과수의 생육 관리·출하조절 지원 확대(226억→420억 원) 등 선제적 수급 관리도 강화된다.
비상시 쌀 공급을 위한 정부양곡은 40만 톤, 1조 6000억 원 규모로 매입하며, 산란계 사육시설 신·증설 자금(3000억 원)과 낙농 용도별 차등가격제 지원 확대(431억→760억 원)로 축산물 수급 불균형도 개선한다.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결제·정산자금은 1000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주산지 스마트 APC는 155곳(278억 원)까지 늘어난다.
◆ 농어촌 기본소득 대폭 확대…35개 군까지, 국비 비율 50%로
농촌 지역 활력을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추경 포함 3047억 원에서 1조 1658억 원으로 대폭 확대된다.
대상 지역은 올해 17개 군에서 내년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의 절반인 35개 군까지 늘어나고, 지방정부 부담 완화를 위해 국비 지원 비율도 40%에서 50%로 오른다. 민간 출연 중심이던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에는 정부 출연금 2000억 원이 처음 반영된다.
교통·돌봄 등 필수서비스도 확충된다. AI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모델이 82개 군으로 확대(290억→724억 원)되고, 왕진버스 등 찾아가는 의료서비스(259억 원)와 취약지역 기초생활 인프라 개선(1310억→1604억 원) 지원도 늘어난다. 고령농 노후생활을 뒷받침하는 농지연금 예산은 2766억 원에서 3444억 원으로 확대된다.
농촌 공간 재편을 위한 정비 사업이 신규 20곳(1322억 원) 추가되고, 냉·난방비 부담을 낮추는 패시브하우스 신축·개량 정책자금(600억 원)이 새로 도입되며,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한 교육·시스템 구축 지원체계(14억 원)도 마련된다.
◆ 피지컬 AI·K-푸드로 미래성장동력 확충
농식품 분야 피지컬 AI의 현장 실증·확산에 208억 원이 새로 투입된다.
자율주행 트랙터 등 인공지능 농기계 공유센터 15곳이 조성되고, 농가·공동영농법인에 AI 농업로봇 210대가 보급된다. 노지 스마트농업은 5곳에서 8곳으로, 스마트축산단지 조성 자금은 3개 단지(441억 원) 규모로 새로 도입된다.
K-푸드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바우처(720억→880억 원), Next K-푸드 육성(100개→200개, 60억→200억 원), 국제식품박람회 지원(122억→220억 원)이 늘어난다.
해외 한식당의 국산 식재료 사용을 수출로 연결하는 'K-식자재 해외진출지원자금'(1360억 원)이 새로 도입되고, 한식 전문 교육기관인 민관협력형 수라학교도 운영된다. 피지컬 AI·재생에너지·고부가가치 식품 중심 R&D 투자는 2617억 원에서 2740억 원으로 확대된다.
◆ 먹거리 돌봄·동물복지도 확충
취약계층 대상 농식품바우처는 지원 대상과 단가가 늘고 수산물이 지원 품목에 추가된다.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지원단가는 111억 원에서 174억 원으로 늘어나며, 직장인 든든한 한끼(79억 원)와 초등학생 과일간식(170억 원) 지원도 이어진다.
동물복지 정책 전담기관인 동물복지진흥원 설립 준비(10억 원)와 새로운 동물등록 기술 검증체계 구축(5억 원)도 예산에 반영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특세 세입 증가로 확보된 재정여력을 농업·농촌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충실히 투자하겠다"며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농업·농촌에 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보완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 코멘트]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재원의 성격이다.
송미령 장관이 언급한 '농특세 세입 증가'가 확장 재정의 밑바탕인데, 이는 결국 국세 여건에 연동된 재원이어서 세수 흐름이 꺾이면 공익직불 3조 원 시대나 농어촌 기본소득 35개 군 확대 같은 굵직한 사업들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앞서 다룬 2027년도 국가 예산안 기사에서도 반도체 추가세수라는 특정 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지적된 바 있는데, 농식품 예산 역시 유사한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또한 채무상환분 3조 1000억 원을 제외한 순수 지출 증가율(10.4%)과 이를 포함한 증가율(25.7%)이 함께 제시된 점은 예산 규모를 체감하는 데 혼선을 줄 수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실질 지출 규모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91억 원이라는 소규모로 첫발을 뗀 만큼 실제 가격 급락 국면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 그리고 농어촌 기본소득 국비 비율 상향(40%→50%)이 지방정부의 자체 사업 확대 유인으로 이어질지도 향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기사작성: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