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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상금 고시 시행 전후 비교(자료=공정거래위원회) © |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안에서부터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결국 내부고발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고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의 한도 자체를 없애면서, 그 무기의 위력이 한층 커졌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등 위반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오는 18일부터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개정의 가장 큰 변화는 포상금 지급 상한의 폐지다. 기존에는 포상금 지급 한도가 최대 30억 원으로 정해져 있었고, 과징금액이 클수록 오히려 지급 요율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대형 사건일수록 신고의 실익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던 셈이다. 개정된 고시는 이런 한도를 없애고 과징금의 최대 10%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숫자로 확인된다. 지금까지 지급된 포상금 중 가장 큰 금액은 2021년 제강사 고철 담합 건에 지급된 17억 5,000여만 원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최근 적발된 제분사 밀가루 담합 건을 가정해 신고 사건으로 환산하면, 최상의 증거로 신고했을 때 과징금 6,710억 원의 10%인 최대 671억 원을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종전 최고액의 38배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대규모 포상금은 과징금의 최종 법률관계가 확정된 뒤에야 지급된다. 소송 등으로 과징금의 국고 납입이 지연될 가능성을 고려해, 과징금이 국고에 최초 납입되면 기본포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불복절차가 종료돼 과징금이 최종 확정되면 잔여포상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2단계 방식을 택했다.
증거 인정의 폭도 넓어졌다. 특정 회사나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을 유리하게 지원하는 부당지원·사익편취 행위는 거래조건의 유불리만으로는 위법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지원의도'를 밝히는 것이 핵심 관문이었다.
그러나 지원의도는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이라 내부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거래내역·거래조건 정보뿐 아니라 지원의도와 관련된 정보를 제출하는 경우에도 증거인정 범위에 포함되면서, 내부 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갑을관계 특성상 신고가 쉽지 않은 기술유용 행위에 대해서도 별도의 장치를 뒀다.
기술보호감시관 활동 등 공정위와 유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협력해 기술유용 근절에 기여한 경우 포상률을 상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동시에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도 함께 들어갔다.
신고자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지 않거나 조사 협조 수준이 낮은 경우, 법 위반행위에 직접 가담한 경우 등에는 신고 유인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는 선에서 30% 범위 내 필요 최소한으로 포상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포상금 산정기준도 산식과 표로 정리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손질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으로 대규모 담합 등 위반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이 활성화되고, 기업 내부에 "누군가 언제든 신고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 불공정거래행위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자 코멘트]
포상금 한도 폐지는 충남 산업계에도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다.
당진 철강업계,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천안·아산의 자동차·전자 부품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원청-하청 구조로 얽혀 있어, 부당지원이나 가격 담합, 기술유용 같은 불공정거래행위에 취약한 산업 생태계를 안고 있다.
특히 최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당진 철강업계처럼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는 원자재 가격 담합이나 부당한 거래조건 강요의 유인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 개편이 지역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보호막이 될 수 있다.
다만 포상금 규모가 커진 만큼 신고자에 대한 2차 피해 우려도 비례해서 커진다는 점은 충남 지역 차원에서도 짚어볼 대목이다.
협력업체가 원청을 신고했다가 거래 단절이나 보복성 조치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공정위와 함께 충남도 차원의 중소기업 보호 상담창구나 법률 지원 연계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671억 원에 달할 수 있는 포상금 규모는 역으로 허위·과장 신고의 유인이 될 수도 있어, 공정위가 증거 심사의 엄밀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제도의 신뢰도를 지키는 관건이 될 것이다.
미디어코리아 박상찬 기자 mknews114@gmail.com
